[사설] 부산 시민은 내년 지방선거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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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정치 세력 지지 성향 현격히 사멸
시민 열망 부응할 수 있어야 당선 가능

부산 서구에서 중구를 거처 동구까지 이어지는 망양로 산복도로 일대의 원도심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서구에서 중구를 거처 동구까지 이어지는 망양로 산복도로 일대의 원도심 모습. 부산일보DB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쇠락일로 위기에 놓인 부산 시민들의 변화와 혁신을 향한 열망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부산일보〉가 창간 79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이 같은 시민들의 열망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지역 정치권에 큰 반향을 던질 수 있을 만큼 다소 놀라운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이 지역의 야성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돈다. 지역 균형발전의 선두에서 수도권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던 지역의 끝없는 쇠락이 치열한 경쟁 부재로 인해 초래된 정치적 나태에 일침을 가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장 놀라운 결과는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라고 한 답변이 42.2%로 나왔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후보라는 대답은 41%였다. 오차범위 내의 팽팽한 초접전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부산지역이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꾸준히 분류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로 풀이된다. 정당 지지도도 민주당 40%, 국힘 38%로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민주당이 앞섰다. 60대 이상을 제외하면 전 연령에서 민주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부산을 ‘보수 텃밭’이라며 안주하거나 폄하해 오던 그 모든 시각들이 무색해졌음이 명확해졌다.

기초지자체장 선거에서도 시민들은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 기초지자체장을 다시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시민들은 46.3%가 교체를 원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재선출을 바란다는 답변은 35.3%에 그쳤다. 10명 중 5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자기 지역의 구청장이나 군수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같은 답변은 부산지역 내 특정 권역이나 지역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비슷한 비율로 나타나 부산 전역을 관통하는 여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3년 전 지방선거에서 국힘이 부산지역 16개 구군 단체장 자리를 싹쓸이한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 해야 할 정도의 변화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정치의 속성상 수많은 변수가 상존하겠지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드러난 부산시민들의 여론은 예사롭지가 않다. 가장 뚜렷이 느껴지는 기운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고서는 부산의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시민들은 당장 거론되고 있는 시장 후보군 가운데 누구에게도 오차범위 밖 우위의 지지도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을 찾기 위한 가능성을 최대한 넓혀 놓은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이는 특정 정치 세력이 득세할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했다는 뜻과 같다. 변화와 혁신을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읽지 못하는 후보라면 시민들의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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