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 취임 100일, 협치 없이는 회복과 성장 어렵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여당 정당민주주의 비웃듯 폭주로 일관
악순환 방치 땐 개혁과제도 공염불될 것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11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11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내란 사태로 6월 3일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승리, 국민의 기대와 우려 속에 임기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분열의 정치와 결별하고 정의로운 통합 정부, 유연한 실용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00일을 되돌아보면 이 대통령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릴 씨앗조차 뿌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지금, 여야 협치 없이는 국익을 제대로 지켜낼 수 없다.

이 대통령은 11일 회복과 성장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기자회견을 마련한다. 민생·경제 회복 정책과 미래 성장 전략 등 남은 임기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힌다. 이날 검찰개혁 등 논란 중인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관세협상과 한미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진척 사항 등도 직접 거론할 예정이다. 하지만 가장 화급한 사안은 따로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구체적인 협치 방안을 밝히는 것이다. 여당 정청래 대표는 이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 8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웃으며 악수를 하고도 9일 야당 해산을 언급하며 선전포고를 날렸다. 여당은 협치 노력은커녕 이 대통령과 정부와도 엇박자를 보이며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협치는 거대 여당이 먼저 정치 복원에 가장 필요한 상호 존중 원칙을 지킬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여당은 지난 100일 동안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는 모습을 아예 보여주지 않았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이다. 여당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면 여야의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9일 정 대표에게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 국힘의 송언석 원내대표는 1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지난 100일 동안 이 대통령과 여당은 겉으로 협치를 외치면서 야당 파괴에 골몰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내란 사과 없이 협치를 빌미 삼은 협박”이라고 맞받아쳤다. 정치가 국가 미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 형국이다.

협치가 완전히 실종된 현재의 상황은 정당민주주의에도 위배된다. 국정 운영은 여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국가를 이끌어갈 때 효율성을 최대치로 높일 수 있다. 야당도 엄연히 국민 대표성을 갖는다. 이를 무시한 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은 국민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극한 대립 악순환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더군다나 정치를 복원해 협치를 정착시키지 못한다면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강조한 회복과 성장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경제의 근본적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 등도 협치가 전제될 때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