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경 “40여 년 활동하면서 영화상 받을 줄 상상도 못 해” [부일영화상 2025]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여우조연상 아침바다… 양희경

“사실 제가 부산과 큰 인연이 없는데, 작년 부산영화제 때 많은 사랑을 받고 이번에 또 부일영화상을 받게 되니 부산은 정말 제게 행운의 도시인 것 같아요.”

‘아침바다 갈매기는’에서 판례 역으로 받은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은 양희경의 배우 인생 첫 영화상 타이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상은 그가 16년 만에 찍은 영화로 ‘덜컥’ 받은 트로피다. 1980년대 연극을 시작으로 방송 드라마, 라디오 등에서 40여 년 활동하면서 수많은 상을 받은 그였지만, 여태 영화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도 “영화는 아예 접고 살았는데 영화로 상까지 받게 될 줄 정말 상상도 못 했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양희경은 ‘아침바다 갈매기는’에서 아들을 삼킨(것으로 믿고 있는) 바다를 하염없이 지켜보며 묵묵히 삶을 이어 가는 판례 역을 맡아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박이웅 감독이 원 캐스트로 출연 요청을 했을 때 많이 놀랐죠. 근데 대본을 보니 너무 잘 썼어요. 그리고 판례 역은 내가 좀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양희경은 사실 당시 무릎이 그다지 좋지 않아 출연을 망설였다고 한다. 다행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장면이 있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런데 그 유모차 때문에 촬영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원하는 방향으로 잘 굴러가지도 않고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해 오히려 ‘짐’이 될 정도였다고.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지난해 BIFF 3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양희경도 부산에서 만난 젊은 관객들이 좋은 평가를 해 뿌듯했다고 한다. 그런데 극장 개봉 6일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돼 많은 관객과 만날 기회가 사라졌다. 양희경은 “박 감독님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해외 영화제에서 연거푸 감독상을 받고 백상예술대상에서도 구찌 임팩트상을 받는 걸 보면서 역시 좋은 작품을 알아봐 주는구나 싶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는 양희경 개인에게도 고희를 맞아 스스로에게 건넨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고 한다. “작년이 딱 칠순이었는데. 에세이 <그냥 밥 먹자는 말이 아니었을지도 몰라>를 낸 것과 영화를 찍은 게 70 인생을 기념하는 두 가지로 남았어요.”

지난 4월 종영한 KBS 일일 드라마 ‘결혼하자 맹꽁아!’를 마지막으로 연기 활동을 잠시 쉬고 있다는 양희경. 요즘은 아들 한승현과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양희경의 딴집밥’을 통해 비싼 재료와 큰 품 들이지 않고 건강한 집밥을 만드는 요리 연구가로 명성을 쌓고 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