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해양오염’ 중국 선박에 변상금 ‘먹튀’까지 당했다…해경 미수납 변상금 22억 돌파
우리 해역서 불법조업하다 해양오염 일으킨 중국 선박들
변상금 청구했지만, 해경 "이미 중국으로 도망쳤다"
영업활동하는 법인· 환경 단체까지 돈 안 내고 버티기
변상금 제도 유명무실…강명구 “강력한 징수 장치 필요”
서귀포시 인근에서 불법 조업이 적발돼 인계하던 중 좌초된 중국어선 ‘두쥔호(DUJUN)’. 강명구 의원실 제공
강명구 의원실 제공
해양오염사고 방제의무발생일인 1997년부터 2024년까지 해양오염 사고 변상금 미납액이 22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경북 구미시을)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997~2024년 해양오염사고 방제의무자 변상금 미수납 및 불납결손액 현황’에 따르면 변상금 미납액은 총 22억 1189만 원, 불납결손액은 54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2월 중국 어선 ‘두쥔호’는 제주 서귀포시 인근에서 불법 조업을 벌이다 해경에 적발됐다.
그러나 인계 과정에서 선박이 좌초되면서 연료유와 유성 혼합물 4.75KL(킬로리터)가 유출돼 540만 원의 방제 비용이 발생했다. 이후 해경은 선주 Wei 씨에게 변상금을 청구했지만, 연락이 끊어져 결국 불납결손 처리됐다. 영원히 받지 못하는 금액이 된 것이다.
2021년 3월 12일 중국인 Ho 씨도 경남 고성군 해역에서 선박이 태풍에 좌초되면서 기름이 유출됐다. 이에 해경은 약 6800만 원의 변상금을 청구했으나, 선장과 선원은 중국으로 도망쳤고 선주는 연락이 끊겼다. 이대로면 내년 3월 소멸시효가 완성돼 사실상 불납결손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강명구 의원실 제공
이처럼 외국인 방제의무자 조사와 처분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해경은 뚜렷한 징수 수단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 결과 가해자에게서 받아야 할 복구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소액·장기 미납 문제도 크다. 전체 미수납 77건 가운데 61건은 ‘재력 부족’으로 미납됐다. 미수납 금액의 절반가량은 100만 원 이하의 소액 변상금이었으며, 그중에는 영업 활동을 이어가는 법인이나 환경단체까지 포함돼 있었다. 방제 의무 발생일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장기 미납자도 23명에 달했다.
해경이 해양오염 원인자에게 변상금을 부과해도 이들이 무시하고 도망치거나, 수십 년을 버티며 체납하는 이유는 현행법에 강제 징수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해경은 전화 통보나 출입국 사실 조회 요청 외에는 뚜렷한 대응 수단이 없다. 회신이 없거나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 사실상 방치되는 셈이다.
게다가 미납금에 이자조차 붙지 않아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버틸수록 실질 변상금이 감소하는 구조다. 결국 유명무실해진 제도를 고쳐 변상금 제도의 본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명구 의원은 “우리 바다를 오염시킨 외국 선박이 책임을 회피하고 도망가 버리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며, “외국인 책임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수 장치를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