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특별법’ 시행 앞두고 ‘주변지역 확대법’ 발의…“5km→10km로”
고준위 방폐장, 위험성 높아 주민안전 강화 필요
시행령에 범위 위임은 ‘법률 위임 원칙’에 배치
“주민안전·지역사회 공존 위한 최소한 장치”
경주 방폐장(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동굴처분시설. 원자력환경공단 제공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처분시설(고준위 방폐장) 주변지역을 10km로 기존보다 2배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원자력발전소(원전) 가동 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폐물을 저장·처분하기 위한 관리시설 부지 선정 절차 마련 및 유치지역에 대한 특별지원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 시행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26일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특별법에 추가 반영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국회의원(전북 정읍·고창))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의 특수성을 반영해 주변지역의 범위를 기존 5km에서 10km로 확대하는 내용의 ‘고준위 특별법’ 일부개정안(일명 ‘고준위 방폐장 주변지역 확대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21일 밝혔다.
오는 26일 시행될 ‘고준위 특별법’은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원칙과 절차 등을 규정하면서 △주민투표 실시 및 통보범위 △관리시설 부지의 유치지역과 주변지역 범위 △부지 내 저장시설 관련 범위 등을 모두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문제는 입법예고된 시행령에서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주변지역 범위를 일률적으로 ‘5km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행령은 ‘주변지역 범위는 관리시설 부지 경계로부터 5km 이내의 육지 및 섬 지역을 관할하는 시·군·구로 하며, 관할 시·군·구가 둘 이상일 경우에는 면적·인구 등을 고려해 특별지원금을 배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의 ‘주변지역’ 규정을 인용한 것으로, 원전 주변지역에도 그 범위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은 일반 발전소와는 전혀 다른 특수성을 갖는다. 실제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은 고준위 방사선물질의 안전성과 이에 따른 환경적 영향, 사고 발생 범위, 주민들의 사회적 수용성 등의 측면에서 일반 발전소와 달라 주변지역의 범위를 단순 준용하는 것은 오히려 주변지역 주민의 안전을 방기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주 방폐장에 반입돼 처분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저준위방폐물. 부산일보DB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른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경우 긴급보호조치를 위한 범위를 ‘발전용 원자료 및 관계시설 설치지점부터 반지름 20km 이상~30km 이하’로 설정하고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란 원자력 시설에서 방사선 비상 또는 방사능 재난이 발생할 경우 주민 보호 등을 위해 비상대책을 집중적으로 마련할 필요에 따라 설정된 구역을 말한다.
이에 윤준병 의원은 ‘주변지역’을 현행법에 직접 규정하고, 그 범위를 기존 5km에서 10km로 확대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통해 주민지원 범위를 현실화하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보장함과 동시에 갈등 해소와 정책 수용성을 높였다.
윤 의원은 “곧 시행될 ‘고준위 특별법’ 상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은 단순한 발전설비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위험성이 높은 시설로, 주변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주변지역의 범위를 단순히 발전소에 적용되는 5km로 제한하면 안전관리 대상이 협소해져 지역 간 갈등이 커지고, 사회적 수용성이 약화되므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주변지역의 범위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법률 위임의 명확성 원칙에도 배치된다”며 “고준위 방폐장 주변지역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주민 안전과 민주적 절차,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