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서울병, 부산병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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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울병’(首이病)이 유행이라고 한다. 서울병은 서울을 다녀온 뒤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느껴지는 공허함과 다시 찾고 싶은 그리움을 가리킨다.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는 “서울병이 더 심해졌다”는 영상에 100만 개가 넘는 ‘좋아요’가 붙었다.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서울병의 주요 증상은 다양하다. “예약한 숙소를 찾지 못해 길을 계속 묻고 다녔다. 그때 만난 모든 사람은 나를 위로하며 길을 안내해 줬다. 마지막에는 한 아주머니가 직접 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숙소까지 데려다줬다”는 글이 대표적이다. 게시물 끝에는 ‘서울병’ 해시태그도 달렸다.

어떤 이는 대학 시절 서울에서 살았던 경험을 떠올린다. “학교 근처 오래된 노래방이 그립다. 밤늦도록 목청껏 노래를 불렀고, 끝나면 길가 포장마차에 들러 떡볶이와 순대를 먹었다. 충무로의 영화관, 집 앞 편의점이 그립다”고 했다. 밑도 끝도 없이 “서울을 떠나면 병이 난다”, “서울에서의 매 순간을 떠올리면 행복으로 가득하다”, “서울의 공기에는 사람을 환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는 찬사도 이어진다.

서울병은 단순한 여행 후유증을 넘어 한국의 문화와 도시에 대한 동경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한국에서의 일상이 단순한 여행의 기억을 넘어, ‘치유와 자유의 순간’으로 각인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병이 K팝·드라마·예능 등을 통해 느꼈던 막연한 기대가 실제 여행에서 충족되며 나타난 감정이라고 해석한다.

그런 결과일까. 올해 1~7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12만 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8% 늘어난 수치다. 오는 29일부터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고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중추절(10월 1~8일)까지 겹치면서 국내 주요 여행사의 중국인 예약 인원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서울병이라고 해서 마냥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부 젊은이들의 ‘현실 도피적’ 성향을 반영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서울에 오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환상이 깨지면 오히려 정반대로 서울을 혐오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없지 않다.

부산을 다녀간 사람들이 ‘부산병’에 걸렸다고 이야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부산병은 금방 확 달아오르고 안달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지긋하게 부산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병이었으면 한다.

박석호 선임기자 psh21@busan.com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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