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 국방·통상의 자주·자강 강조 실행 전략이 중요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시 외환위기 발언
동맹 관계 이해충돌 섬세한 조율 꼭 필요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환송객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간 현안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미국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방송·통신사와 잇달아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 간 통화 스와프 없이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 당국의 이민 단속으로 한국인 근로자들이 가혹한 대우를 받았다는 점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SNS를 통해서는 자주국방을 강조하며 “외국 군대 없이는 국방이 불가능하다”라는 시각을 굴종적 사고라 비판했다. 이는 통상과 국방에서 자주와 자강을 강조한 것으로 동맹이라 해도 무조건적인 양보는 있을 수 없으며 합리적인 조건 위에서만 협력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 한미 간 투자 프로젝트는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양측이 서면으로 합의했지만, 세부 조율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분야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국이 요구하는 무리한 투자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안정성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굳건한 한미 동맹이 우리의 안보 기반임은 분명하지만, 경제 영역에서는 상호 이익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적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다.
이 대통령은 또 SNS를 통해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통한 자주국방 의지를 강조했다. 자국의 안보를 외국군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군의 독자적 지휘 능력과 첨단 전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점은 타당하다. 이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을 앞두고 자주국방을 강조한 것은 조속한 전시작전권 전환의 필요성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미국의 관세협상 압박에 대비한 방어 전략의 성격도 읽힌다. 그러나 자주국방이 곧 동맹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미군 철수론’으로 오해받는다면 큰 일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경제와 안보 현실을 동시에 드러낸다. 최근 조지아주에서의 한국 근로자 단속 사태가 보여주듯 동맹 관계에서도 이해 충돌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한미동맹 자체를 흔들 사안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동맹의 틀 안에서 우리가 어떤 원칙과 명분을 확보해 나갈 것인지이다.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장·단기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다시 선다. 이번 방미가 ‘할 말은 하는 외교’의 출발점이 된다면, 한국 외교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선언에만 그친다면 미국과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세계 언론을 통해 메시지를 전할 때에는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국가적 실행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