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털고” 북미 정상 판문점 재회동?… 우려 커지는 ‘북핵 용인’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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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와 조건부 회담 가능성 언급
김영배 “11월 판문점 회담 가능성 충분”
비핵화 대신 동결 논의 땐 북핵 인정 우려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조선반도와 주변의 정세추이를 엄정히 분석하며 공화국정부의 원칙적인 대미·대한 입장을 천명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조선반도와 주변의 정세추이를 엄정히 분석하며 공화국정부의 원칙적인 대미·대한 입장을 천명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버리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을 앞두고 있어, 판문점에서 또 한 번의 ‘깜짝 회동’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핵화 요구 철회를 전제로 한 정상회담이 추진될 경우 국제사회의 비핵화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오는 11월 판문점에서 김정은·트럼프 만남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이 험한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7년 만에 190여 개국이 참여하는 유엔 총회에 차관급을 대표로 보낸다는 건 미국과 북한 간 뭔가 대화,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고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만큼 ‘깜짝 회동’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방한했던 2019년 6월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번개’를 제안했고, 이튿날 판문점 회동이 실제로 성사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조건부 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에는 간부들에게 “골프를 배우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의식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김 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내세운 만큼 대화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미국이 의미 있는 대화를 위해 비핵화 목표에서 일정 부분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로 지칭하며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BBC 인터뷰에서 북핵 동결에 대해 “실행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핵 제거 대신 생산 동결을 합의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문제는 비핵화 합의 없이 동결부터 추진할 경우 사실상 북한 핵을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고 정상국가로서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본다. 또 한미가 북한에 핵 동결과 군축 협상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낼 경우 국제사회가 유지해온 비핵화 원칙이 흔들리고 협상 구도가 비핵화가 아닌 북핵 인정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22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함께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는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화와 외교적 노력,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 재확인, 대북 제재 체제 강화와 국제 의무 준수 촉구, 그리고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에 대한 심각한 우려 등이 담겼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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