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경제 버팀목이던 자영업 생태계까지 위기 처했다니
개업보다 폐업 많은 구조 고착화 심각
인구구조 변화 반영 세밀한 전략 세워야
부산 중구 광복로 거리의 상가 건물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청년 유출과 고령화로, 부산의 자영업 생태계가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완충재 역할을 하며 부산 경제를 떠받쳐온 자영업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기존 틀이 흔들리고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은행 부산·울산·경남본부가 23일 개최한 공동세미나에서 알려졌다. 안군원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부산 지역 자영업은 개업보다 폐업이 많은 구조가 고착화됐다. 2023년 기준 개업률은 17.1%, 폐업률은 21.3%로 자영업자 수의 순감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의 신규 진입은 위축되고, 기존 사업체의 지속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부산은 청년인구 급감과 고령인구 급증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역이다. 지난해 부산 고령인구 비중은 23.9%로 전국 평균보다 3.9%P 높고, 15~34세 청년인구 비중은 21.1%로 전국 대비 1.8%P 낮았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로 자영업 소비와 공급 패턴이 확연히 바뀌면서 자영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력이 약한 고령층은 보건의료, 식료품 등 필수재 위주로 소비하는 것이다. 반면, 청년 유출로 인해 교육·오락·문화·외식업 등 젊은 층 위주 소비 위축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자영업 업종 간 수요 격차를 심화시켜 경쟁이 치열한 업종은 생존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기존 자영업자들의 업종 전환과 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셈이다.
부산 자영업 미래를 예측한 부분은 더 암울하다. 인구 추계 자료를 결합해 부산 자영업 규모를 예측한 결과, 2023년 약 23만 개 수준의 개인사업체 수는 2052년 19만 4000개로 약 15%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청년층 비중 감소와 고령층 비중 증가가 지속되면, 개업률 둔화와 높은 폐업률 유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 지역 고령 자영업자 비중은 2010년 6.97%에서 2020년 14.22%로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장기적인 청년 유출은 자영업 창업 기반 약화, 장기적인 소비 시장 위축, 지역 소멸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인구 구조 전환 속에서 지속 가능한 자영업 생태계를 위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부산의 산업 공백을 메워온 자영업의 위기는 고용 위기, 소비 부진, 경기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자영업 정책은 단순한 창업 장려가 아닌 질적 전환, 연착륙 지원, 산업 고도화와 연계되어야 한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창업과 업종 전환 기회를 넓혀야 하며, 고령층 자영업자에 대해선 디지털 적응 훈련, 업종 전환 유도, 폐업 후 안전망 구축 등이 필요하다. 자영업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층적·생애주기별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보건·복지, 고령친화식품 등 성장 산업군과 연계한 자영업 창업 지원 체계도 갖춰야 한다. 지역경제 실핏줄인 자영업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장기적이고 세밀한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