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종균 명륜1번가장학회 회장 “상권이 성장하는 만큼, 받은 사랑 지역사회에 돌려줘야죠”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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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상인 중심 장학재단 출범
착한가게 가입 후 다양한 공헌활동
착한거리 조형물, 지역 상징 되기도
“작은 실천 하나가 세상 바꾸는 씨앗”

부산 동래구 명륜동 일대에 자리잡은 명륜1번가는 동래구의 명소이자 부산의 번화가 중 한 곳이다. 도시철도 동래역 2·4번 출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 문화공간이 늘어서 있고, 근처에는 온천천 산책로가 있어 남녀노소 모두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저녁 시간이면 젊은이들로 붐비고,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많아 거리는 늘 활기를 띤다.

명륜1번가는 상권의 규모나 활력뿐 아니라 지역사회 환원 활동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잘 되는 거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인들이 뜻을 모아 장학회를 만들어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출범한 명륜1번가 장학회는 올해로 13주년을 맞았다.

장학회의 수장을 맡고 있는 사람은 중식당 ‘새청하루’를 운영하는 김종균 회장이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제5대 회장으로 취임해 회원들과 함께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는 명륜1번가번영회 부회장,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광역시지회 동래구지부 부지부장 등도 맡으면서 지역 상권과 사회공헌활동을 함께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이 명륜1번가와 처음 깊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대 번영회 사무국장을 맡으면서부터다. 그는 상인들과 함께 거리 활성화를 고민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상권이 성장하는 만큼, 받은 사랑을 지역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품게 됐다고 한다.

김 회장의 뜻은 2012년 12월 김재웅 고문님을 비롯한 8명의 발기인이 모여 설립한 명륜1번가장학회로 구체화됐다. 당시만 해도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장학회는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가는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지역 이웃을 돕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우리 가게를 찾아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생업을 이어갈 수 있는 거 잖아요.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자는 취지였고, 그 마음이 모여 장학회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2015년에는 박달흠 전 명륜1번가장학회 회장과 집행부의 주도로 운영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부산사랑의열매와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명륜1번가 소속 35개 가게가 ‘착한가게’로 가입하면서, 명륜1번가는 부산 최초의 ‘착한거리’로 지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이는 단순히 기부가 아닌, 상권 전체가 나눔을 브랜드로 삼아 시민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의미 있는 성과였다.

올해 초 명륜1번가장학회 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은 최근 회원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특히 ‘부산 착한가게 1000호 달성’을 명륜1번가에서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는 9월에는 신규 회원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준비하며 나눔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그렇다면 명륜1번가장학회가 13년 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김 회장은 잠시 생각을 고른 뒤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코로나19, 경기침체 등으로 상인들 사정이 사실 좋을 리가 없죠. 하지만 회원님들은 기부를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봉사정신과 나눔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결국 자발적인 기부로 이어지고, 그것이 오늘의 장학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그는 2017년 설치된 ‘명륜1번가 착한거리’ 조형물을 꼽았다. 동래 메가마트 후문에 세워진 하트 모양의 조형물은 지금도 명륜1번가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지날 때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 조형물은 상인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였다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또 장학회를 통해 만난 학생들의 사연도 그에게는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동래중학교에서 축구를 꿈꾸던 학생이 보낸 편지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또 중앙여고 출신의 한 장학생은 힘든 가정 형편에도 꿋꿋하게 노력하고 열심히 공부해 결국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입학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가 한 일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 회장이 장학회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기부와 봉사는 특별한 누군가만의 일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그는 “작고 소박한 나눔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희망이 될 수 있다”며 “나아가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씨앗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 실천의 힘’을 특히 강조했다. “거창하거나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작은 실천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명륜1번가에서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나눔 활동이 그걸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요.”

김 회장은 또 명륜1번가를 찾는 시민들과 함께해온 상인들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다. “오랜 시간 묵묵히 함께해주신 회원님들 덕분에 오늘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명륜1번가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거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민들께서도 명륜1번가를 많이 찾아주시고, 나눔의 문화에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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