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위해 민간이 더 활발히 소통할 것” 이상준 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 이사장
1987년 창립 38년째 민간 교류
작년 취임… 청소년 교류사업 주력
“자주 만나 소통하면 이해하게 돼
부산발 협력 확대 양국 상생 도움”
“자주 만나 더 많이 대화하면 잘 알게 되고, 또 서로 이해하다 보면 존중하게 됩니다. 협회는 한일 양국 사이에 이런 활동이 계속되면 결국엔 우호적인 분위기를 넓혀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민간 차원의 교류 활동을 38년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 이상준 이사장은 한일 관계 속에서 협회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2020년부터 4년간 회장으로 활동한 뒤 지난해 이사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그는 “서로 미워해도 떨어질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과거사에 사로잡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굴레로부터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며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존중하며 다가갈 수 있는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시절 사업을 일구며 일본 기업과의 교류, 협력, 기술 연수 등을 통해 일본과 인연을 맺었다는 이 이사장은 “나이가 들고 사업체가 안정되면서부터 일본의 더 깊은 속살, 즉 문화와 역사, 사람, 음식, 지역 등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한일경제협회 이사이기도 한 그는 지인의 권유로 10여 년 전부터 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에서 활동하며 인적 교류와 문화 교류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민간 교류를 통한 한일 양국의 우호 증진을 목적으로 1987년 창립된 (사)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는 초등학생부터 청소년, 대학생, 시민 등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폭넓은 교류 사업을 지속해온 비영리법인이다. 한일어린이심포지엄을 비롯해 고교생 일본어 말하기 대회, 한일교류 프론티어 장학금 지원사업,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 모임 등 의인 이수현 기념사업, 한일 우호의 밤 행사 등을 매년 개최하는 한편, 일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와 일반인 및 문화예술인 교류 사업도 추친하고 있다. 더불어 JLPT 일본어능력시험의 공동주최기관으로 부울경을 비롯한 영남권 수험자들의 시험 전반을 관리하고, 일본사증(VISA) 대리신청기관으로서 업무도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자신의 임기 중 청소년 인적교류 사업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한일 양국 청소년은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고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더 많이 가져야 하고, 이러한 교류 속에서 편견을 줄이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함께 부대끼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양국의 첫인상이 청소년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취지에서 협회는 초등학생 대상 한일어린이교류사업, 동래구청과 함께 한 중·고생 20명 대상 ‘청소년 세계를 알다’ 프로그램, 시모노세키시립대학과 함께 한 부산·시모노세키 가교(카케하시)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또 대학생 교류 방일단을 운영해 부산과 가까운 쓰시마, 야마구치, 후쿠오카 등에 청년들을 파견해 교류하는 장을 만들었다. 오는 2027년 협회 창립 40주년에 발맞춰 새로운 교류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난달 열린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언급도 덧붙였다. 그는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늘 분분할 수 있다”면서도 “두 정상의 만남은 양국 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기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의 정상회담 일정 전에 일본을 먼저 방문한 데다, 17년 만에 양국 정상간 공식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공동 문서가 발표된 것은 일본 내 민단 등의 이재명 정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더 나아가 향후 양국 관계에 순풍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이사장은 “다만 이런 외교관계가 흔들림 없이 지속되고 상호간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두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며 “앞으로 장기적인 신뢰관계 구축을 통해 국제적 현안 문제에는 공동으로 대응하고 양국 상호간 미해결 과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한일 관계’에 대한 미래지향적 바람과 부산의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일본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은 한국과는 많은 분야에서 다른 나라이고 일본이 한국을 알고 있는 것에 비해 오히려 우리는 일본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교류와 협력을 넓히고 나아가 한국이 안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와 저성장 등 사회적 문제를 일본을 반면교사로 참고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북아 관문도시로서의 부산에서 부터 한일 간의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면 그것은 단지 지역 차원의 협력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간 상생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