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관세 협상 실리와 시간의 딜레마, 돌파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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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투자 방식·통화 스와프 이견 교착
속도·국익 극대화 '솔로몬 해법' 제시를

이재명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에서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에서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이행 방식 등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관세 협상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상업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미일 간 대미 투자 패키지 합의를 언급하며 한국의 경제 규모, 외환시장 인프라가 일본과 크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베선트 장관에게 통화 스와프 체결을 강조했지만, 확답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7월 말 한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내리는 대신,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관세 협상에 합의했다. 하지만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에 대한 미 측의 무리한 요구로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우리는 대출, 보증, 투자로 예상했지만, 미국은 직접 투자를 원한다. 한국 외환 보유액의 84%가 투자될 경우 외환 위기를 불러올 수 있어서, 정부는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요구한 상태다. 이 부분에 대한 미국의 해답이 있어야 협상의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비기축통화국인 한국과 통화 스와프 합의에 부정적이어서, 스와프 합의는 관세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됐다.

관세 후속 협상이 미뤄지는 가운데 24일 미국이 일본에 이어 유럽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기존 27.5%였던 관세를 15%로 인하했다. 일본은 지난 16일부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27.5%에서 15%로 인하해 적용받고 있다. 현재 25%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미국발 관세 폭탄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1~7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한 182억 달러로 집계됐다.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에서 불리해졌고, 기업들의 비용 부담 압박도 커지는 상황이다. 협상의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해야 국내 산업계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한미 관세 협상의 실리와 시간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해 있다. 3500억 달러를 ‘무제한 통화 스와프’라는 안전핀도 없이 직접 투자하거나, 이익의 90%를 가져가겠다는 미국의 요구를 무작정 수용할 수는 없다. 이처럼 무리하고 일방적인 요구를 섣불리 받아들이면, 미국은 또 다른 방식의 청구서를 내밀 것이다. 국익을 최대한 수호하는 냉철한 협상 전략 아래 한국 외환 시장의 문제, 경제 여건과 어려움을 정확하게 전달하며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속도’와 ‘국익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정부가 관세 협상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솔로몬의 해법’을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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