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스타·정치권 모여든 부산…30회 BIFF가 남긴 장면들
26일 영화의전당서 결산 기자회견 열어
열흘동안 관객 23만 8697명 BIFF 찾아
마켓·커뮤니티 비프 확장 등 본격 ‘재도약’
폐막식에선 경쟁 부문 수상작 공개 주목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이사장(왼쪽에서 두번째)이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원 인턴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30주년이라는 기념비적 해의 축제를 마무리했다. 지난 17일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로 막을 올린 영화제는 다채로운 영화의 바다를 열흘간 항해했다.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는 박광수 이사장, 정한석 집행위원장,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 김영덕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위원장이 참석해 성과를 공유하며 재도약을 다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이사장이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지원 인턴기자
■열흘간 23만 8697명 찾아
올해 BIFF에선 총 328편의 작품이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공식 초청작은 64개국 241편, 커뮤니티비프에서는 87편이 소개됐다. 총 관객수는 23만 8697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참가 게스트는 총 7036명으로, 영화제 국내 게스트가 2186명으로 가장 많았다. 마켓 해외 게스트 1816명, 마켓 국내게스트가 1208명, 영화제 해외게스트가 923명으로 뒤를 이었다. 시네필 903명도 올해 영화제를 찾았다.
올해 신설된 경쟁 부문은 영화제 성격을 국제경쟁영화제로 확장 시키는 첫걸음이었다.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이 초청됐다. 나홍진 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양가휘, 난디타 다스, 마르지예 메쉬키니, 코고나다,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한효주가 심사를 맡았다. 정한석 위원장은 “의도했던 대로 아시아 영화가 산업적 효과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며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8년째를 맞은 커뮤니티비프는 역대 최고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무대인사와 영화골든벨, 리퀘스트시네마, 커비컬렉션, 마스터톡 등이 메가박스 부산극장과 남포동 비프광장,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등에서 열렸다. 동네방네비프는 ‘바람길’을 콘셉트로 7848명을 모았다. ‘마을영화만들기’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단편과 다큐가 상영돼 영화제를 일상으로 확장시켰다.
부산국제영화제 정한석 집행위원장이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원 인턴기자
■감독·스타·정치권 발걸음
올해 행사에는 세계적인 거장과 스타들이 대거 방문했다.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나홍진, 자파르 파나히, 실비아 창, 마르코 벨로키오, 마이클 만, 기예르모 델 토로, 션 베이커 감독은 물론 줄리엣 비노쉬, 양조위, 밀라 요보비치, 서기, 블랙핑크 리사까지 참석해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BIFF 측은 “영화제 초반뿐 아니라 중·후반부까지 게스트가 이어져 관객과의 만남이 끊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산업 행사인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도 활기를 띠었다. 20회를 맞아 54개국 1222개사 관계자가 3024명 등록했고, 3만여 명이 현장을 찾았다. 등록자의 60% 이상이 해외 영화인이었으며, 알리바바·아이치이 등 중국 플랫폼과 틱톡 계열사, AI 업체까지 참여해 국제적 확장성을 보여줬다. 김영덕 ACFM 위원장은 “아시아 마켓 중 가장 글로벌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평했다.
올해 영화제의 상징적 장면 중 하나는 정치권의 발걸음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화제 4일 차에 영화의전당을 찾아 공식 상영작 ‘극장의 시간들’을 관람한 뒤 GV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직접 소통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영화는 일종의 종합 예술이자 하나의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 제작 생태계가 나빠지고 있다는데, 정부도 영화 산업이 근본부터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게 관심을 갖겠다. 부산국제영화제 30주년을 축하하고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BIFF에서 영화인·투자 배급사 관계자와 만나“정권 교체 뒤 여러 곳을 다녀봤는데 영화계가 제일 심각한 것 같다”고 말하며 지원 필요성을 짚었다. 정치권의 이런 행보는 한국 영화산업 재도약 의지를 드러내며, 30회 BIFF의 의미를 한층 키웠다. 해외에서도 인도, 방글라데시, 몽골, 태국, 베트남 등 문화부 장관과 차관들이 참석해 국제적 교류에 힘을 보탰다.
■폐막식에선 경쟁 수상작 공개
수상 결과도 다채로웠다. 올해의 배우상은 문우진(‘아코디언 도어’), 이승연(‘산양들’)이 차지했다. 김진유 감독의 ‘흐르는 여정’은 한국영화감독조합상과 KBS독립영화상을 받아 2관왕에 올랐고, 임정환 감독의 ‘관찰자의 일지’가 크리틱b상을 수상했다. 비벡 차우두리 감독의 ‘양귀비와 나’는 부산시네필상, 레자 라하디안 감독의 ‘판쿠의 시간’은 4관왕에 오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외에도 ‘쿠락’ ‘모모의 모양’ ‘철들 무렵’ 등이 관객상·심사위원상을 고르게 나눠 가졌다.
박광수 이사장은 “영화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프로그래머 체계를 보완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한석 위원장은 “30회로 끝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다시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내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6시부터 열리는 폐막식에서는 올해 처음 도입된 경쟁부문인 ‘부산 어워드’가 발표된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디자인하고 SWNA가 협력 제작한 트로피가 수상자에게 전달된다. BIFF 측은 “부산 바다의 물결과 파도를 형상화해 아시아 영화인들의 자부심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