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5] 감독상 서기 "제 작품은 과거의 저에게 헌정하는 영화"
모델과 영화 배우로 세계적 스타 명성
첫 연출작 '소녀'로 부산 어워드 감독상
고단했던 10대 돌아본 자전적 이야기
"고통 속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 주고파"
지난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소녀'로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감독상을 받은 서기가 기자회견에 앞서 트로피를 들고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정성운 인턴기자
“영화 ‘소녀’는 과거의 저에게 헌정하는 작품입니다.”
대만과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스타 배우로 성장한 서기가 감독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서기는 지난 26일 막을 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신설된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의 첫 감독상을 받았다. 연출 데뷔작으로 감독상까지 품은 서기는 향후 감독에 매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기가 연출과 각본을 맡은 ‘소녀’는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사춘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에 시달렸던 서기는 10대에 집을 나와 모델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소녀’의 주인공 샤오리 역시 가정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유독 자신에게만 가혹한 엄마를 피해 자기만의 좁은 공간에서 웅크리는 10대 소녀로 그려진다.
지난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첫 연출작 '소녀'로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감독상 수상자로 발표된 서기가 참석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무대로 오르고 있다. BIFF 제공
“부모님이 줬던 상처를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서기는 “고통 속에 놓인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과거의 저에게 헌정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서기의 첫 연출작 ‘소녀’는 이달 초 열린 제82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첫선을 보여 섬세한 연출력으로 호평받은 데 이어 부산에서 감독상 타이틀까지 안겼다.
서기는 자신의 연출 도전에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제안과 조언,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서기와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밀레니엄 맘보’(2003), ‘쓰리 타임즈’(2007), ‘자객 섭은낭’(2016)에서 배우와 감독으로 필모그래피를 함께 쌓았다.
지난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첫 연출작 '소녀'로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감독상 주인공이 된 서기가 장선우 감독으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있다. BIFF 제공
서기는 “감독님을 통해 연기자와 협업하고 연기 지도를 하는 방법은 물론이고 세상과 사람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까지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감독을 해보니 배우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았다”며 “배우는 감독의 세계관에 빠지기만 하면 된다”고 초보 감독의 고충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서기는 “앞으로 배우보다 감독에 더 매진하고 싶다”며 의욕을 밝힌 후 “마음의 상처에 관한 작품 2~3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차기작 계획까지 소개했다.
BIFF 폐막식에 함께하기 위해 밀라노 패션위크 참석을 포기했다는 서기는 “‘부산 어워드’ 감독상을 받았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이라면서도 “제 인생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을 것 같다”는 말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