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의 주역] 산천대축...하늘 같은 지혜를 품은 산처럼 큰마음
※초 단위로 뉴스·정보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허위 왜곡 콘텐츠’도 횡행합니다. 어지럽고 어렵고 갑갑한 세상. 동양 고전인 ‘주역’으로 한 주를 여는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이화서원에 모인 여행자들과 활동가들. 김재형 제공
전남 곡성군에 있는 이화서원은 많은 후원자들이 있습니다. 영우(靈友) 후원자들의 지지로 여행자의 집을 운영합니다. 이화서원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따뜻한 방과 식사를 나눕니다. 세계의 여행자들이 이화서원을 찾고 같이 식사하고 대화합니다. 작은 농촌 마을의 풍경이라기보다는 서울의 홍대 앞이나 성수동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지난주에 대만에서 온 연인인 쉬이(許漪)와 무란(沐然)과 오래 대화했습니다. 두 사람은 작가이자 음악가입니다. 쉬이는 7년 동안 혼자 세계를 여행했고 코로나로 대만에 돌아온 뒤에 화롄 지역에서 마을 공동체 아이룻 랜드(Iroot Land)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란은 자심서방(自心書房)이라는 서점을 운영합니다. 여러 단체와 협력해서 운영하는 '유목 서점'입니다. 서점을 찾는 분들을 심리상담하고, 그 경험을 꾸준히 책으로 냅니다.
이 서점에 여행자 쉬이가 찾아오면서 두 사람은 연인이 됐고, 둘은 함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1년 반으로 예정된 여행을 마치면 두 사람은 자심서방을 정주형으로 전환하고, 서점 기반의 마을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며 세계를 여행하는 이들은 하루에 너무 많은 곳을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곳에 왔다고 해서 특별한 곳을 보려고 하지도 않고 가까운 마을과 공원을 산책하는 정도입니다. 그 대신 그들은 시간 대부분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연주 연습을 합니다.
두 사람이 이화서원에 머무는 동안 매일 아침 우리는 도덕경을 같이 읽었습니다. 제가 쓴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모시는사람들)’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로 편집되어 있습니다. 각자의 언어로 읽고 같이 따라 읽습니다.
도덕경 한 장을 읽고 토론을 하는데 두 사람의 도덕경 이해와 대화의 품격이 높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가까운 이들과 늘 도덕경을 읽었는데 오랜만에 그때 함께 읽었던 그 감정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중국의 교양 있는 중간 정도의 지식을 가진 보편적인 사람들은 누구나 도덕경을 주제로 토론할 수 있을 정도의 이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 이해 위에서 토론하기 때문에 제가 가르치지 않아도 됩니다. 고전을 가르치지 않고 토론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한국 사회는 동아시아 고전에 대한 기본 소양 교육과 공부가 안되어 있어 깊은 대화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민 교양으로서 고전 이해를 위해 이화서원에서는 꾸준히 고전 강의를 개강합니다.
주역 대축(大畜)괘는 오래된 지혜를 폭넓게 익히고 배우며 세상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자리에 있는 건물 학교에서 공부하지만 스승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나고 삶을 통해 공부하는 것은 오래된 공부법입니다.
이 공부법은 우리 시대에 다시 살려야 할 내용이기도 합니다. 대축괘는 이런 공부를 ‘천재산중 대축(天在山中 大畜)’이라고 합니다.
마음을 산(山)처럼 크게 하고, 먼 여행을 떠나 그 안에 하늘(天) 같은 지혜를 모아들이겠다(大畜)는 의지입니다.
무란은 지금 ‘역상여인(易象旅人)-주역을 읽으며 성찰하는 여행자’라는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원고를 읽어봤는데 ‘여행과 주역’이라는 이 주제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축괘는 집에서 밥을 먹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성인의 품성을 익히는 그들이 무사히 강을 건너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 하늘마음이라고 권합니다. (不家食吉 養賢也. 利涉大川 應乎天也.)
여행자들은 이런 환대 속에서 세계를 여행합니다.
산천대축괘
26. 산천대축(山天大畜)
大畜 利貞 不家食 吉 利涉大川.
대축 이정 불가식 길 이섭대천.
옳고 그름을 나누지 않고 세상의 지혜를 모은다.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 큰 강을 건너 더 넓은 세계로 간다.
彖曰 大畜 剛健 篤實 輝光 日新其德. 剛上而尙賢 能止健 大正也. 不家食吉 養賢也.
단왈 대축 강건 독실 휘광 일신기덕. 강상이상현 능지건 대정야. 불가식길 양현야.
利涉大川 應乎天也.
이섭대천 응호천야.
대축의 마음은 내면의 힘이 강하고 독실하고 밝고 날마다 새로워진다. 힘차고 밝은 마음으로 지혜로운 이들을 존경하고 높인다. 날마다 새로워지기에 관점이 다른 지혜를 갈무리하고 품을 수 있다.
대축의 다른 이름은 대정(大正)이다. 대정은 옳음(正)과 그름(不正)을 품는 마음이다. 이렇게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기르고, 그들이 자기 꿈을 이루게 돕는 것이 하늘의 마음이다.
象曰 天在山中 大畜 君子以 多識前言往行 以畜其德.
상왈 천재산중 대축 군자이 다식전언왕행 이축기덕.
큰 산이 하늘을 품는 것처럼, 성현들의 말씀과 삶을 넓게 공부해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겠다.
빛살 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