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서 첫 한일 정상회담, 부산 도시 브랜드 높이는 기회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방이 양국 신뢰 접점·미래 협력 출발점
APEC 등 세계 주목 '도시 외교' 나서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부산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 개선의 진전이라는 의미와 함께 도시 외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로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 순방길에 일본을 먼저 들러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신임 대통령이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찾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는 과거사에 발목 잡힌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혔고, 내달 퇴임을 앞둔 총리의 답방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두 정상은 양국의 고질병이 된 지방 소멸의 해법으로 각각의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창생 정책에 공감하고, 수도권 일극주의 타파 방안을 논의하는 회담 장소로 부산을 선택했다. 따라서 이번 부산 회담은 도시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이자 외교적 플랫폼이 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대도시로서 규슈의 후쿠오카와 자매 결연을 맺고 산업·교육·관광·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외교에 앞장서 왔다. 또 2005년 APEC 정상회의, 2014·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다자 외교 이벤트를 유치해 국제 무대에서 낯설지 않은 도시다. 하지만 정상회담만을 위해 국가 지도자가 부산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또 2004년 노무현·고이즈미 준이치로 제주도 회담 이후 비수도권 정상회담은 21년 만의 일이다. 지역 간 협력 로드맵 등 실질적 성과가 도출되면 그 의미는 배가될 것이다.

부산은 2005년 APEC 정상회의 유치 이후 세계 언론과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항만도시’로서의 위상이 각인되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내달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글로벌 허브 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도시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각국 정상을 수행하는 전용 항공기는 김해공항을 이용하게 되고, 또 상당수는 부산을 숙박지로 선택했다. 미국발 통상 전쟁의 확산에 따른 다자주의의 도전과 새로운 국제질서의 시험대로 전 세계의 이목이 부산에 집중될 것이다. 공항 의전과 부산~경주 이동 경호 등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도시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모처럼 지역에서 개최되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형식적인 만남에 만족하지 말고 실질 로드맵 도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동의 지역 과제를 발굴하고 구체적 협력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부산은 한일 신뢰 구축의 접점이자 미래 협력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부산 어젠다’를 매개로 양국 관계와 지역 간 협력을 동시에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산시의 역할과 대응도 주목된다. 2005년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라는 ‘APEC 브랜드’가 부산에 남긴 긍정적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 외교 이벤트의 흐름을 부산의 도시 브랜드 자산으로 어떻게 축적할지가 과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