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운항 데이터' 디지털화, 해운 탄소 장벽 넘다 ['블록체인 DNA' 심는 첨병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6 - 마리나체인

블록체인·AI 접목 '마리나넷’
탄소 배출량 등 정보 오류 차단
안전·환경·품질 서류 자동 개선도
북극항로 대비 플랫폼 구축 계획

지난해 열린 스타트업 행사에서 오픈AI 샘 알트먼(왼쪽) 대표와 마리나체인 직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마리나체인 제공 지난해 열린 스타트업 행사에서 오픈AI 샘 알트먼(왼쪽) 대표와 마리나체인 직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마리나체인 제공

매년 탄소 10억t을 배출하는 국제 해운업은 강화되는 환경 규제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선박 운항 데이터가 매일 축적되지만 수기 작성과 복잡한 보고 절차 탓에 오류와 비효율이 반복됐다.

부산의 스타트업 마리나체인은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이러한 난제를 풀어내며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탄소 보고부터 거래까지

선박에서는 매일 정오마다 작성되는 ‘눈리포트’(Noon Report)라는 문서가 있다. 이 보고서는 연료 소모량과 엔진 상태, 화물 정보 등을 담고 있다. 그런데 눈리포트가 수기로 작성되거나 엑셀, PDF 등 제각각의 포맷으로 관리돼 오류와 누락이 잦았다. 이러한 이유로 선사들은 매년 한국선급(KR)에 제출해야 하는 탄소 배출 보고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불일치와 검증 부담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마리나체인의 핵심 서비스 ‘마리나넷’은 선박 운항 데이터를 AI로 자동 디지털화하고 오류를 걸러낸다. 여기에다 연료 사용량, 엔진 상태, 탄소 배출량 계산 결과 등 핵심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위변조를 차단한다.

마리나넷을 통해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유 사용량 의무보고제도’(DCS)와 ‘유럽연합 탄소배출권 거래제’(EU ETS) 같은 탄소 규제 보고서를 정확히 작성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탄소 배출권 거래까지 연계된다.

또 다른 서비스인 ‘마리나독스’는 선사들이 관리해야 할 200여 종의 안전·환경·품질 서류를 AI가 자동 업데이트하도록 해준다. 비즈니스 모델은 연 단위 구독 방식이다. 마리나체인 하성엽 이사는 “우리는 기술을 앞세우기보다는 고객사의 고충 해결이 서비스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북극항로 플랫폼’ 준비

마리나체인의 성과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2024년 3월 미국 오픈AI 본사에서 열린 ‘K스타트업 & 오픈AI 매칭데이’에 참가해 ‘잠재력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AI 혁신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마리나체인의 다음 목표는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한 디지털 솔루션 확장이다. 블록체인을 접목해 선박 입항·출항 서류, 선원·승객 신원 확인, 연료 공급 계약까지 자동화하는 ‘디지털 항만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이를 통해 선박 운영의 번거로운 절차를 줄이고, 기항지에서의 행정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 이사는 “이미 유럽 기항 선사의 70% 이상과 계약을 체결했으며, 앞으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