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 찾아가서라도 조희대 청문회"… 폭주하는 법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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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된 의혹 근거조차 모호한 채로 강행
특정 지지세력 염두에 둔 행보는 멈춰야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한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한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법사위의 폭주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입법부의 상징과 같은 핵심 상임 위원회인 법사위의 끝없는 폭주에는 여권에서조차 우려가 쏟아진다. 폭주는 지난 30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 강행 시도에서 절정을 이뤘다. 청문회 이전에도 여당의 섣부른 입법 추진으로 국회의장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등 잇단 무리수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왔으나 법사위의 폭주는 오히려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법사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조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끝내 불출석하자 이달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아예 대법원 현장검증을 실시하겠다고 한술 더 뜨고 나섰다.

법사위의 폭주는 선출 권력과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 권력 사이 서열론에 이어 국회 기구 사이의 서열론에 불을 지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가 않다. 지난달 29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법사위가 ‘상원’이 되려는 것 아니냐”며 법사위를 통한 민주당의 입법에 제동을 걸었다. 타 상임위와 본회의까지 넘어서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뜻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위증 고발 주체를 국회의장에서 법사위원장으로 바꾼 데 대한 엄중한 항의다. 국회의장의 제동으로 민주당이 즉각 법안을 재개정했으나 정치권에선 당초 법안 취지를 보면 국회의장보다 법사위원장이 더 실세라는 얘기 아니냐는 뒷말이 이어졌다.

지난 30일 법사위가 강행하려 한 대법원장 청문회는 청문회 개최의 근거로 꼽혀온 ‘4인 회동’ 의혹 근거조차 모호하다는 근본적 비판에 직면해 왔다. 이날 법사위 청문회도 ‘그랬다는 말을 들었다’는 식의 전언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첫 의혹을 제기한 매체 관계자조차 증인으로 부르지 않은 상태로 진행될 뻔했다. 단순 전언만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따라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나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면 오히려 삼권분립 훼손 논란을 더 키울 가능성이 컸다. 이 정부의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 같은 이조차 “왜 청문회 요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국회가 서둘러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는지 이해 안 간다”며 비판을 제기할 정도다.

문제는 민주당이 오는 15일 대법원에 직접 찾아가 현장검증을 빌미로 실질적인 대법원장 청문회를 실시하겠다고 벼르고 나섰다는 점이다. 13일로 예정돼 있는 대법원 국감에다 일정을 하루 더 늘려 대법원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법사위가 이처럼 특정 지지세력만 염두에 둔 일부 정치인들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로 이어지는 건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차제에 법제위원회와 사법위원회로 분리해 양 위원회 위원장을 여야가 나눠 맡는 방안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본격화해야 할 때다. 이 같은 고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법사위가 폭주할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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