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젠더 폭력, 맞춤형 대응 필요”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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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부산 이젠센터 학술 심포지엄
성별 따른 불평등 권력 관계서 비롯
폭력의 심각성·원인 조명, 대응 모색

부산 스토킹 신고 3년 새 3배 늘어
물리적 보호 불충분, 관계 맥락 따져야

지난 30일 오후 2시 부산진구 부전동 이젠센터에서 ‘관계성에 기반한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방안’을 주제로 젠더폭력 학술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김동우 기자 friend@ 지난 30일 오후 2시 부산진구 부전동 이젠센터에서 ‘관계성에 기반한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방안’을 주제로 젠더폭력 학술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김동우 기자 friend@

스토킹, 교제 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맥락에 주목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시 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이젠센터)는 지난 30일 오후 2시 부산진구 부전동 이젠센터에서 ‘관계성에 기반한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방안’을 주제로 젠더폭력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젠더 기반 폭력’의 심각성과 원인을 조명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정책·실천적 차원에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젠더 기반 폭력이란 성별에 따른 불평등한 권력 관계에서 비롯된 모든 형태의 폭력을 뜻한다. 신체·정서적 성폭력은 물론 경제적 통제 등 사회적으로 고정된 성 역할, 성차별에서 비롯된 모든 형태의 폭력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부산 지역에서 급격히 늘고 있는 스토킹, 교제 폭력 등 관계성에 기반한 범죄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부산 지역에서 스토킹 의심 사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607건이었던 스토킹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 1745건으로 집계됐다. 3년 새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각 분야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여성 폭력 중심 대응 체계로는 점차 심화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가해지는 관계성 기반 폭력에 적절한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 어렵다는 문제의식 속에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먼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윤정숙 선임연구위원은 ‘스토킹 범죄의 현황 및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스토킹 범죄자의 위험 요인과 피해자의 취약 요인을 포괄적으로 평가해 사건의 위험성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부산경찰청 표준영 여성보호계장은 “스토킹 범죄는 경찰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고, 범죄 예방과 대응, 피해자 보호와 일상 회복에 이르는 과정에서 전문성 있는 여러 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양가적 감정 등으로 신고 당시와 달리 처벌을 원하지 않는 고위험군 피해자를 설득하거나 가해자 교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재희 부산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장은 ‘현장에서 본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 소장은 “교제 폭력 피해자에 대한 초기 개입과 신체적 안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피해자 상담 인력 증원과 의료비 등 지원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정 토론자로 나선 부산외국어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정의롬 교수는 “교제 폭력, 스토킹, 가정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정서·경제·사회적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물리적 보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폭력이 발생하는 관계 맥락에서 피해자가 왜 신고를 주저하는지, 가해자와 단절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밀성에 기반한 여성폭력 관련 입법 방향’을 발표한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연구관은 지난 5월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30대 여성이 헤어진 연인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사례로 들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대응의 문제점과 입법 과제를 짚었다. 이에 대해 부산시의회 서지연 시의원과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 박청일 실장이 지정 토론자로 참여했다.

심포지엄을 개최한 정경숙 이젠센터장은 “젠더 폭력은 구조적 문제로 학제와 현장 간 협력과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정책 수립과 젠더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제고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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