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내년도 예산안 처리 끝내 실패… 7년 만의 연방 정부 셧다운
여야 임시예산안 처리 불발 탓
필수직 아닌 공무원 무급 휴직
트럼프, 대규모 해고 예고하기도
경제 피해·시민 불편 커질 전망
여야 대치 속 셧다운 장기화 관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해병대 콴티코 기지에 모인 군 고위 장교들에게 연설한 후 출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속에 미 연방 정부가 일시적으로 업무가 정지되는 ‘셧다운’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방 정부의 2025회계연도 최종일인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자정까지 의회에서 2026회계연도 예산안 또는 단기 지출 법안(임시예산안·CR)이 처리되지 않아 정부를 운영할 새로운 지출에 대한 법적 권한이 사라지면서 미국은 셧다운 사태를 맞게 됐다.
상원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7주짜리 공화당의 임시예산안(CR)을 표결(가결 정족수 60표)에 부쳤으나 찬성 55 대 반대 45로 부결됐고, 민주당이 자체 발의한 임시예산안도 마찬가지로 부결됐다. 미국 셧다운 사태는 트럼프 집권 1기 2018년 12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셧다운은 재정 지출에 대한 의회의 통제를 규정한 적자 재정 방지법에 따른 것이다. 의회의 승인이 없으면 일부 예외를 뺀 대부분 기관에 예산을 지급할 수 없어 국가 안보, 공공 안전, 헌법상 기능 등과 관련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상당수가 무급 휴직에 들어가게 됐다. 무급휴직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연방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도 일부 중단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에 돌입함에 따라 외국인들의 미국 여행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CNN 방송은 셧다운으로 인해 해외에서 오는 미국 방문객들이 항공편 지연과 결항으로 여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미국의 주요 관광지로 꼽히는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한 국립공원들도 상당수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미국 여야가 CR을 통과시키는 데 실패한 데다 이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여당인 공화당은 지난달 19일 하원에서 기존 지출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클린’(clean) CR을 통과시켰지만, 같은 날 상원에서 민주당의 반대로 법안 최종 통과는 무산됐다. 민주당은 올해 말 종료되는 공공의료보험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 등을 요구하며 공화당이 주도하는 CR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여야 의회 지도부가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회동했지만,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셧다운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셧다운을 계기로 연방 공무원들의 대규모 해고를 벼르고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아닌 부처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고용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규모 연방 공무원 해고까지 더해질 경우 소비 위축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트럼프식 국정 독주에 견제장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민주당은 이번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