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순이익 못 낸 기업 47만 개 넘어…파산기업도 매년 급증
작년 법인세 신고법인 44.5% ‘순이익 0 이하’
2012년 통계 이래 최고치 기록
순이익 100억 초과 법인도 첫 감소
올해 파산 법인, 회생보다 1.7배 많아
지난 8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 센'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연합뉴스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고금리 등 여파 속에 작년 법인세를 신고한 법인 중 이익을 한푼도 못 낸 곳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국내 기업들의 ‘파산 행렬’ 또한 회생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추세다.
9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작년 법인세를 신고한 법인 중 ‘당기순이익이 0 이하’인 법인은 47만 1163개로, 전년보다 4만 5933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 0 이하’ 법인 증가 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기업 실적이 급감한 2021년(4만 4394개)보다 더 크다.
작년 순이익을 내지 못한 법인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신고법인(105만 8498개)에서 이들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44.5%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순이익 0 이하 법인 비중은 2019년까지 40%를 하회했지만, 2020년 40%대로 올라선 데 이어 2021년 42.4%까지 상승했다. 이후 2022년 41.9%, 2023년 41.3% 등 2년째 하락하다가 지난해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작년 기업 실적 부진 흐름은 당기순이익 규모가 큰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1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신고한 법인은 3776개로 전년보다 296개 줄었다. 순이익 100억 원 초과 법인은 통계 집계 이후 매년 늘었지만 작년엔 처음 감소세를 기록했다. 순이익 100억 원 초과 법인이 전체 신고법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0.39%)보다 하락한 0.36%를 기록했다. 2022년 0.41%를 기록한 뒤 2년째 하락세다.
작년 순이익 규모와 무관하게 전반적으로 기업의 법인세 신고 실적이 저조한 것은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계속된 경기 부진의 여파로 풀이된다. 작년 세수 결손 규모는 30조 8000억 원으로 2023년(56조 4000억 원)에 이어 2년째 대규모 세수 펑크가 이어졌다.
지난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 회생 절차 대신 파산을 선택하는 기업들도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6년(2020~2025년 8월 현재)간 법인 파산·회생 접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8월까지 법인 파산 신청은 1459건으로 전년 동기(1299건)보다 1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회생 신청은 876건에 그쳐, 파산이 회생보다 약 1.7배 많았다.
법인 파산 신청이 회생 신청을 앞지른 것은 2020년부터다. 2018년에는 법인 회생 신청이 980건, 파산 신청이 806건으로 회생이 174건 많았고, 2019년에도 72건(각각 1003건, 931건) 많았으나 2020년에는 파산이 1069건으로 회생(892건)을 177건 앞서며 ‘데드크로스(추세 역전 현상)’가 발생했다. 이후 △2021년 238건 △2022년 343건 △2023년 633건 △2024년 846건으로 해마다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전체 파산 신청 건수가 회생 신청 건수의 배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도읍 의원은 “기업 입장에서 회생은 미래 수익이 있다는 전제에서 영업을 유지하며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마지막 선택이지만, 파산은 미래 수익과 시장 자체가 없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최악의 결정”이라며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 반(反)시장적 기조가 지속되면 기업들이 ‘살 길이 없다’고 판단하고 파산을 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