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한국인 대학생 고문·사망 사건…국내 대포통장 모집책 검거
유엔총회 고위급회기에 참석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쁘락 소콘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해 숨진 한국인 대학생 사건과 관련된 대포통장 모집책 일당의 일부가 경찰에 검거됐다.
11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예천 출신 대학생 A 씨를 캄보디아로 유인해 출국시킨 혐의(사기 등)로 대포통장 모집책 일부가 지난달 국내에서 붙잡혔다. 이번에 검거된 이들은 모두 내국인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7월 17일 가족에게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고, 3주 뒤인 8월 8일 캄보디아 깜폿주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지역은 한국인을 상대로 한 취업 사기와 감금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던 곳이다.
캄보디아 현지 경찰은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로 결론내렸다. 앞서 A씨 가족은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으로 추정되는 협박범으로부터 “A 씨가 사고를 쳤으니 해결해야 한다”며 5000만 원이 넘는 돈을 요구받고 경찰과 외교부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가 대포통장 모집책 중 일부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 씨의 시신은 캄보디아 정부와의 협조 문제로 두 달째 현지에 안치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유족, 외교 당국,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해 송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10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쿠언 폰러타낙 주한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의 취업사기·감금 피해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의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스캠 근절을 위한 캄보디아 정부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통상 국장급이 진행하는 초치를 외교장관이 단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부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조 장관은 8월 초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사망과 같은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