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4일부터 입항 수수료 부과...해운업 긴장 고조
HMM 미 입항 선박 적지만 업황 침체 우려
현대글로비스 연 2000억 원 수수료 전망도
미국 정부가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을 견제하고 자국 선박 건조를 장려하기 위해 14일부터 입항 수수료 제도를 시행하면서 국내 해운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도 미국산 선박에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하며 보복에 나서면서 입항 비용 증가와 물동량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해운사 소속 혹은 중국산 선박이 미 항구에 들어올 경우 t(톤)당 최대 50달러(약 7만 1500원)를 매긴다. 중국도 같은 날부터 미국 기업 소속 혹은 미국산 선박에 t당 400위안(약 8만 원)의 특별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국내 해운사인 HMM, 팬오션 등은 중국산·미국산 선박을 거의 보유하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간 무역 장벽 강화로 운송비가 상승하면 전체 화물 물동량이 감소하고 운임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HMM의 주력 사업인 컨테이너선 업황의 경우 이미 공급 과잉으로 운임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160.42포인트(p)로 1년 전인 지난해 10월 1주(2062.57p)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근심이 더 깊다. 이번 입항 수수료 부과엔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에 t당 46달러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초 CEU(차 한 대 운반 공간 단위)당 15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었다가 지난 6월 톤당 14달러로 낮췄지만, 이번에 이를 다시 3배 이상 인상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운반선 98척(지난해 기준)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미국 입항 횟수는 170회에 달한다.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자동차 운반선 중 중간 규모인 7000CEU급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계산하면 해당 선박이 한 번 입항할 때마다 87만 4000달러(약 12억 5000만 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수천억 원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원은 “막판 입항 수수료 인상으로 연간 2000억원 규모의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면서도 “대형선을 통한 완성차 운반, 연간 최대 5회까지 입항 수수료 부과를 고려하면, 수수료 비용 부담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