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1000원 중 492원은 유통마진…농민·소비자는 허리 휜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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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도매법인 영업이익 33.7% 증가
이익의 61.6%는 비농업계 자본 법인 몫
위탁수수료·하역비 상승…농민 부담 가중
어기구 “농민이 제값 받는 유통질서 세워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추석을 앞두고 지난달 25일 물가점검을 위해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문영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aT) 사장에게 가락시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추석을 앞두고 지난달 25일 물가점검을 위해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문영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aT) 사장에게 가락시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부. 어기구 의원실 제공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부. 어기구 의원실 제공

국내 농산물 유통구조상 농산물 1000원 중 절반에 육박하는 492원은 유통마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매법인만 배를 불리고 농민과 소비자는 허리가 휠 수밖에 없는 농산물 유통질서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확립하기 위한 입법적·제도적 대책이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이 1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도매법인의 영업이익은 약 33.7% 증가한 반면 농민의 유통비 부담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공영도매시장의 위탁수수료는 5348억 6800만 원, 하역비는 773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최근 5년(2020~2024년)간 위탁수수료는 약 25%, 하역비는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항목은 농민이 도매시장에 농산물을 출하할 때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대표적인 유통비용이다.

이처럼 유통비용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도매법인 전체 영업이익은 2020년 618억 3900만 원에서 2024년 826억 7500만 원으로 약 33.7% 증가했다. 결국 유통비 증가분이 농민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최근 5년간 도매시장 법인의 법규 위반 및 행정처분 건수는 225건에 달했다. 일부 법인은 수수료 상한선을 초과 징수하거나 하역비를 부당하게 부풀려 출하자에게 부담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어기구 국회의원. 어기구 의원실 제공 어기구 국회의원. 어기구 의원실 제공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부. 어기구 의원실 제공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부. 어기구 의원실 제공

한편, 전국 49개 도매법인 중 비농업계 자본(사모펀드·투자회사·제조업체 등)이 운영하는 법인의 영업이익이 전체의 61.6%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 가락시장 5대 청과 도매법인(서울·중앙·동화·한국·대아청과) 중에는 농업인 출신이나 생산자단체가 대주주인 법인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산물 소비자 가격에서 생산자 몫을 제외한 유통비용률은 2023년 기준 49.2%로 10년 전보다 4.2%포인트(P) 상승했다. 즉, 소비자가 1000원을 지불하면 절반에 가까운 492원이 유통단계에서 빠져나가는 구조다. 품목별로는 월동무(78.1%), 양파(72.4%), 대파(60.6%), 가을배추(60.2%) 등 서민 식재료 중심으로 특히 높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청과류의 생산자수취율은 약 91.8%, 유통비용률은 약 8.2%로, 전통 도매시장 대비 유통비용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9월 내년도 온라인도매시장을 활성화해 2030년까지 온라인도매시장이 전체 농산물 유통의 50%를 담당하도록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어기구 의원은 “지금의 농산물 유통구조는 중간유통업자가 수익을 독식하고 농민은 제 몫을 받지 못한 채 소비자가 비싼 값을 치르는 왜곡된 구조”라며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전면 점검하고, 도매법인 공공성 강화와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등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입법적·제도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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