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 "제2수도 영광 되찾아야", 지방선거용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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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전국체전 개회식서 지원 거듭 강조
해수부 기능강화 같은 조치 없인 공염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막식에서 선수단을 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막식에서 선수단을 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성대한 개회식을 시작으로 열전에 들어간 전국체전은 25년 만에 부산에서 열리는 대회다. 오랜만에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 종합체육대회인 만큼 전국 시도 선수단과 임원, 관람객 등 약 3만여 명이 부산을 방문해 성황을 이룰 전망이다. 부산시는 이들의 부산 방문을 마치 부산항을 향해 몰려드는 배의 이미지로 해석해 개회식 주제를 ‘배 들어온다, 부산!’으로 잡았다. 좋은 기운이 한껏 들어올 때 이 기운을 타고 크게 도약하자는 이중적인 의미로도 해석된다. 때마침 대선 때부터 부산의 미래를 위한 공약을 쏟아낸 이재명 대통령까지 전국체전 개회식에 참석해 이 같은 분위기를 더욱 띄우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개회식에서 부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말로 운을 뗐다. 곧이어 대통령의 입에선 ‘해양수도 부산’과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 같은 용어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말미에는 박형준 시장과 시민들이 제2의 수도 부산의 영광을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균형잡힌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7월 부산 타운홀 미팅 때만 하더라도 발언 기회 부여 여부까지 신경전을 펼치는 듯했던 시장의 노력을 언급하고 전 정권 정책이라 평가절하돼 온 글로벌 허브도시까지 언급한 것은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이 공식 행사 성격으로 부산을 방문한 것은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7월 타운홀 미팅을 시작으로 지난달만 부산국제영화제와 한일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두 번 방문한 바 있다. 부산은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많이 방문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대선 때부터 부산을 콕 집어 지역 균형발전의 무게추로 삼으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 의지보다 지난 대선 당시 40% 득표율을 넘은 부산에서 내년 지방선거까지 압승을 하기 위한 정치 공학적 분위기가 더 감지된다는 지적들이 많다. 의지를 뒷받침할 실천적 조치가 너무나 아쉬워서다.

이 대통령이 숱하게 강조한 부산의 미래를 현실화하기 위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마중물 역할을 하리라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연내 이전 이외에 해수부 기능 강화 등 실질적 조치들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선 공약이었던 동남권투자은행이 공사로 바뀌면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는 없는 실정이다. HMM 같은 대기업의 부산 이전도 아직 숱한 변수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대통령이 다시 부산의 미래를 외치고 나섰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선 이 같은 불확실성부터 걷어내야 한다. 선거용 공염불은 유권자가 먼저 알아채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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