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막판까지 안갯속… 북, 친러 행보 가속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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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선희 외무상 러시아·벨라루스 방문 계획
북미 회동 이뤄질 경우 핵심 수행원이 '러시아행'
트럼프 방한 앞서 일정 공개돼 배경 이목
'시계 제로' 북미 회동 불발 관측에 무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동 의지를 밝힌 가운데 미국 CNN이 방한 기간에 맞춰 임진각 인근 한 카페 테라스를 임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해당 카페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동 의지를 밝힌 가운데 미국 CNN이 방한 기간에 맞춰 임진각 인근 한 카페 테라스를 임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해당 카페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방한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방문 일정을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핵심 수행원인 최 외무상이 자리를 비우는 셈으로,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회담이 더욱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구체적인 방문 기간과 일정, 의제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연달아 방문하려면 수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핵심 수행원일 최 외무상이 자리를 비우면서, 이번엔 북미 정상 간의 만남은 가능성이 쪼그라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 외무상이 없다고 해서 북미 정상회담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북미 협상의 역사에서 최 외무상이 가진 상징성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2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 등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상황 속 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방문 계획을 밝힌 건, 북한이 의도적으로 북미 회동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계획은 북미 회동 ‘거부’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 외무상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빠짐없이 참석한 북한의 손꼽히는 대미 협상 전문가다. 특히 최 외무상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예정에 없던 ‘깜짝’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이에 대해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보이콧한 것”이라며 “지금 북한에는 ‘북미의 시간’보다 혈맹 러시아·동맹 중국과의 관계 발전이 최우선 대외정책과제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한이 북미 회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미국이 핵보유국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의제가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불만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은 핵보유국을 인정받기 위해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또는 만남으로 최고 지도자의 위상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노벨평화상을 목표로 하는 만큼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북미 회동을 적극 지원한다”면서도 현재까지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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