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찾고 싶단 아들 말에 결심”… 해외입양인 구상필 씨 “매년 친부모 찾아 부산행”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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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서 발견, 벨기에 입양
친생부모 찾기 위해 매년 한국행
“정체성과 가족의 역사 되찾고파”

지난 23일 해외입양인 구상필(58·벨기에 이름 ‘마르크 모다브’) 씨가 부산일보를 찾아 그의 친부모 찾기를 돕고 있는 MOAA 배진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23일 해외입양인 구상필(58·벨기에 이름 ‘마르크 모다브’) 씨가 부산일보를 찾아 그의 친부모 찾기를 돕고 있는 MOAA 배진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벨기에 해외입양인 구상필(58) 씨의 입양 당시 모습. 본인 제공 벨기에 해외입양인 구상필(58) 씨의 입양 당시 모습. 본인 제공

“8살 무렵부터 제 머릿속에 늘 ‘부산’이라는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밤마다 제 고국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 땅을 밟은 해외입양인은 다시 고국을 찾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평생 빈칸으로 남은 정체성을 찾고자 낮은 확률에 희망을 걸고 매년 고향 부산을 방문한다고 했다.

지난 1일 오후 10시, 벨기에 나뮈르 주 제미프쉬르 상브르에 사는 해외입양인 마르크 모다브(58) 씨가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 이름은 구상필. 생일은 1967년 6월 3일로 추정된다. 구 씨는 1968년 9월 부산 금정구에서 발견됐다. 과거 작은 고아원이었던 한국기독교양자회(CAPOK)에서 3년 동안 지내다 입양 기관인 홀트를 통해 1971년 벨기에로 입양됐다.

구 씨의 한국 방문은 벌써 네 번째다. 매년 한국 땅을 밟을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구 씨는 “고국인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감정이 밀려온다. 몸이 떨리고, 긴장되고, 불안하고, 온갖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말했다.

구 씨는 프랑스·벨기에권 입양인 지원기관인 몽테뉴해외입양연대(MOAA)를 통해 2022년 10월 초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홀트와 입양 기록물을 가지고 있는 아동권리보장원(NCRC)을 방문했지만 아무 정보가 없었다. 19일 동안 한국에 머물던 구 씨는 다시 벨기에로 돌아갔다.

2023년 9월 26일, 구 씨는 두 번째로 한국에 와 다시 NCRC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부산에서 당신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토록 찾던 고향이 부산이란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 외의 정보는 없었다. 지난해 세 번째 한국행에서는 부산에서 3일 동안 머물며 정보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올해 구 씨는 다시 부산으로 가 경찰서에서 DNA 검사를 받았다. 구 씨가 태어났다고 추정되는 장소에 전단지를 붙이기도 했다. 당시 고아원이었던 한국기독교양자회에도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아무 정보가 없었다. 구 씨에 따르면 그곳에서 ‘구상필’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세 명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사진 촬영은 허락되지 않았다.

해외입양인 정보를 보유한 입양 기관 자료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구 씨에겐 걸림돌이다. 최근 아동권리보장원의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에서는 기록물의 쪽 번호 표시가 빠져있거나 자료 절반이 백지로 드러나는 등 부실한 기록 관리가 속속 드러났다. 우여곡절 끝에 입양 자료를 받더라도 입양인들은 자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구 씨는 “2022년에는 정보가 없다고 했던 아동권리보장원이 2023년에는 ‘부산에서 찾았다’고 했다”며 “제 서류가 조작됐다는 의심도 든다”고 밝혔다.

이렇게 다시 한 번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한 채 구 씨의 출국일이 다가오고 있다. 구 씨는 다음 달 18일 벨기에로 돌아갈 예정이다. 해외입양인 친생부모 추적 성공률은 통상 3%에 불과하다. 구 씨 역시 친생부모를 만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구 씨는 친생부모를 만나 다음 세대에도 연결될 수 있는 정체성과 가족의 역사를 되찾기를 기대한다. 구 씨는 “친가족을 알고 싶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가족 찾기를 시작했다”며 “벨기에로 입양된 후 좋은 교육을 받았고 학대도 없었지만, 양부모에게서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 사랑의 부재는 제 인생 내내 큰 공허함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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