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논란’ 휩싸인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갭투자 차단” 내로남불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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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받아들인다” 사과에도
10.15 부동산 대책 신뢰성 타격
구윤철·이찬진 등 고위직도 엮여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국회 정무위 감사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국회 정무위 감사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후폭풍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대출 규제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대책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 고위직들의 ‘갭투자’ 이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갭투자 등으로 인한 집값 상승 우려에 실수요자 피해를 감내해야 한다고 했던 정부의 정책 취지를 감안할 때 공정성과 신뢰성에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갭투자’ 논란에 대해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부동산 대책 관련해 금융위원장 주택에 대한 지적이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 질의에 “해외에 나갔기 때문에 국내에 체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평생 1가구 1주택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개인 이억원에게 질의하는 게 아니라 공직자 이억원에 질의하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제가 마음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시장에서는 강한 비판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갭투자로 수십억 원을 번 금융위원장이 정작 이번 부동산 대책이 ‘갭투자 차단’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대출규제가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된 만큼 갭투자 수요가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이 이번 대책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주 기준으로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마지막 매수 심리가 작동한 결과”라고 이 위원장의 갭투자 논란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 고위직의 갭투자 논란은 이 위원장만의 일이 아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해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 떨어지면 그때 집 사면 된다”고 발언한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도 분당 아파트에 갭투자한 사실이 드러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강남 지역에 두 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다. 그는 과거 자신의 발언과 배치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되자 매도가 아닌 자식에게 증여한다는 입장을 밝혀 ‘아빠 찬스’ 논란을 키웠다. 결국 이 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주택 1채를 부동산에 내놓았다”며 “공직자 신분을 감안해 곧 처분하고 정리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 원장은 참여연대 시절 고위공직자 임용 시에 다주택자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한편 KB부동산 조사 기준으로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까지 기준으로 올해 들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이 발표한 10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1.46% 오르며 1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 폭은 전월(0.82%)과 비교해 0.64%포인트 커졌고, 상승률은 올해 최고치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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