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 기자의 부산 후일담] 젊은 양조인이 열어가는 新 막걸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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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 미즈호 서일본신문 기자

부산 3040세대 지역 막걸리 산업 지탱
젊은 기개로 전통이란 틀에서 벗어나

“비오는 날은 부침개와 막걸리지.” “등산 후에는 막걸리가 먹고 싶어진다.” 한국에 와서 자주 듣는 말들이다. 한국에 온 이상 한국인들이 오랫동안 사랑해온 막걸리를 함께 즐기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부산 시내에 있는 가게에 막걸리를 마시러 갔다가 30~40대 젊은 양조인(釀造人)들이 부산 막걸리의 새 시대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먼저 관광객들로 붐비는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꿀꺽하우스’. 소규모 양조장과 음식점을 함께 갖춘 시설로 갓 만들어진 막걸리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가게에 들어가는 순간 서버(맥주 등 발효주를 따르는 기계)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후쿠오카의 수제 맥주 가게에서 보는 광경과 닮았다. 공동 대표인 이준표 씨가 직접 서버에서 막걸리를 잔에 따르는 모습은 낯설고 신선했다. 역시 예전에는 수제 맥주를 제조했다고 하는데, 수입 재료가 비싸 부산에서 제배한 쌀과 과일을 이용해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을철 추천 계피와 대추막걸리는 향긋한 향기가 풍겼다.

다음은 해운대구 ‘JK크래프트’를 찾았다. 유리로 된 양조장을 앞에 두고 “머리가 아프지 않은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는 대표 조태영 씨의 말에 놀랐다. 흔히들 막걸리를 마시면 다음날 두통이 심하다고 한다. 기자 역시 실제로 그런 적이 있었다. 조 씨도 오랜 고민이었다며 두통이 없는 술을 빚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오랜 노력 끝에 결실을 이뤘다. 발효에 240시간을 들임으로써 두통을 일으키는 성분을 분해할 수 있게 됐다고. 조 씨의 경우 일본에서 술을 배운 것도 흥미를 끌었다. 후쿠오카의 번화가 나카스 여행 중 만난 고령의 바텐더를 동경해, 군 제대 후 도쿄의 바텐더 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와인이나 사케 등 장르를 초월해 지식을 쌓아, 발효에 대해서도 배웠다고 한다.

오랜 역사가 있는 ‘금정산성 막걸리’도 기존 8도 막걸리에 더해 2022년부터는 5도의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다. 개발한 것은 유청길 대표의 장남 혜수 씨. 도수가 낮고 더 달고 마시기 쉬운 막걸리를 찾는 젊은 층의 목소리에 부응해 상품 만들기에 도전했다. 오이타현의 벳푸대학에서 발효식품을 배운 것이 도움이 됐다. 금정산성 막걸리의 특징인 신맛을 남기면서 과일맛을 더하기 위해 몇 번이고 시행착오를 거듭했다고 한다. 라벨도 산뜻한 하늘색으로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 남녀 구분 없이 20~40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막걸리가 이렇게 세련되고 마시기 쉽게 변화하고 있는 줄 몰랐다. ‘아저씨가 갈색 주전자에서 따라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는 이제는 옛말이다. 취재를 하는 동안 막걸리에 취하고, 더불어 한국이라는 틀, 전통이라는 틀에 머물지 않고 배우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젊은 기개에 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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