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책 없는 청년 유출… 지난해만 부울경 2만 명 수도권행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큰 이유인 듯
잠재력 큰 지역기업 육성 힘 실려야
클립아트코리아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지난해만 2만 1000명이 넘는 청년이 타 지역으로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순유출이란 특정 지역에 이사를 온 청년 대비 타 지역으로 나간 청년 수를 비교한 수치다. 순유출 2만 1000명 이상은 타 지역에서 부울경으로 유입되는 청년보다 부울경에서 타 지역으로 빠져나간 청년이 그 수치만큼 더 많다는 뜻이다. 이 같은 부울경의 청년 순유출은 지난 10년간 깨진 양동이에서 물이 새어 나가듯 꾸준히 이어지는 중이다. 여기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부울경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만한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부터 정부 지원 등의 측면이 수도권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은 29일 지난해 부울경의 만 19~39세 청년 인구가 165만여 명이라는 자료를 배부했다. 10년 전 통계자료가 제시한 청년 인구 217만여 명보다 51만여 명이 줄어든 수치다. 전체 인구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22.4%로 10년 새 5.5%P가 줄었다. 청년 비중 감소는 순유출이 주요 요인이며 이들의 순유출 지역은 수도권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도별로는 2020년 역대 최대인 3만 3353명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순유출 규모는 다소 줄어들고 있으나 2015년 8748명 순유출과 비교하면 많은 규모다. 일각에선 청년 순유출 규모가 다소 줄어든 것은 나갈 청년들은 다 나갔기 때문이 아니냐는 우스개까지 나돈다.
이 같은 부울경 청년 순유출의 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국정감사에서 눈에 띄기도 했다. 민주당 권향엽 의원이 중기부 국감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중기부의 아기유니콘 육성사업 선정 결과 부산은 2곳만 선정됐다. 수도권이 33곳이나 선정된 것에 비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0년부터 최근 6년 동안의 결과를 살펴봐도 부산은 8곳에 불과한 반면 수도권은 276곳이나 된다. 수도권이 전체 선정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주로 청년들이 창업하는 소규모 비상장 스타트업 위주로 자금과 보증 등을 지원하는 아기유니콘 선정 실태가 이럴 정도니 청년 순유출은 당연지사라 할 것이다.
청년 순유출은 주거 환경이나 교육·문화 인프라 같은 원인도 작용하지만 무엇보다 큰 요인은 일자리다. 일자리도 적정 수준의 임금과 안정된 복지가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가 중요하다. 전통적인 제조업이 붕괴된 부울경이 이 같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창업기업 육성이 시급하다. 하지만 최근 아기유니콘 선정 결과에서 나타나듯 정부 지원 대상 선정마저 수도권에 극도로 편향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꼽은 이상 이 같은 현실부터 타개해야 한다. 그런 연후라야 지역 일자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자체와 지역 대학, 기업들의 노력이 꽃을 피울 수 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