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분 매각 철회하라” 동남권 단단히 뿔났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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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거버넌스 ‘부울경포럼’
“SK오션플랜트 기대 저버려”
이상근 군수 “단호히 맞설 터”

부울경포럼은 지난달 28일 고성군유스호스텔에서 SK의 오션플랜트 지분 매각 저지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포럼 제공 부울경포럼은 지난달 28일 고성군유스호스텔에서 SK의 오션플랜트 지분 매각 저지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포럼 제공

경남 고성에 사업장을 둔 해상풍력 전문 기업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을 둘러싼 지역 사회의 분노가 동남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부울경포럼은 3일 ‘SK오션플랜트 매각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고 “SK에코플랜트와 SK그룹은 일방적인 매각을 즉각 철회하고 지역과 상생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2012년 출범한 부울경포럼은 동남권 상공계, 학계, 언론계를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협력 단체다.

포럼은 현대사회에서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SK오션플랜트는 SK라는 국내 굴지 대기업 계열사로 지역의 기대를 부응하기는커녕 동반성장하고자 했던 경남도와 고성군의 기대를 저버렸다”라고 질책했다.

실제 고성군은 SK오션플랜트가 약속한 9500억 원의 투자와 3600명의 신규고용 창출을 믿었다. 산단 진출입로와 선박 진출입용 사설항로를 개설하고 송전선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임시적재용 공유수면 점사용 등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부울경포럼은 지난달 28일 고성군유스호스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SK에코플랜트의 SK오션플랜트 지분 매각 저지를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포럼 제공 부울경포럼은 지난달 28일 고성군유스호스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SK에코플랜트의 SK오션플랜트 지분 매각 저지를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포럼 제공

여기에 경남도는 SK오션플랜트 새 사업장이 될 양촌용정산업단지를 도내 1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해 각종 특례까지 제공했다. 주민들 역시 SK오션플랜트가 낙후된 지역 재도약의 중심이 될 것이라 믿으며 건설 공사와 공장 가동에 따른 불편과 희생을 감수했다.

그런데 최근 모기업인 SK오션플랜트가 사모펀드에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는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는 게 포럼의 설명이다.

포럼은 이날 매각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며 상생 약속을 저버리고 이윤만을 좇는 기업 행태는 국민 기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자 SK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포럼 측 관계자는 “지역을 외면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어떤 기업도 지역에서 신뢰를 얻기 어렵게 된다”라며 “매각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투자계획 이행, 고용 불안 해소 등 지역과 상생 약속을 이행하라”라고 요구했다.

이상근 고성군수 역시 매각 저지를 위해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군수는 “SK오션플랜트는 단순한 제조시설이 아닌 청년 일자리, 미래 성장동력, 지역 자립의 기반이다. 단호히 맞서겠다”고 전했다.

SK오션플랜트 사업장이 있는 고성 동해면 주민들로 구성된 동해면발전위원회는 최근 ‘SK 매각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달 28일 주민 반대 집회를 열었다. 대책위 제공 SK오션플랜트 사업장이 있는 고성 동해면 주민들로 구성된 동해면발전위원회는 최근 ‘SK 매각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달 28일 주민 반대 집회를 열었다. 대책위 제공

한편, SK오션플랜트는 720여 명을 직고용하는 고성군 내 가장 큰 사업장이다. 협력업체 직원 수도 30여 업체, 2000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 지난달 최대 주주인 SK에코플랜트 지분 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 ‘디오션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전신인 옛 삼강엠앤티를 인수해 사명을 바꿔 새출발한 지 불과 3년 만이다.

작년 말 매각설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SK에코플랜트 측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에 사모펀드와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업 축소와 투자 중단,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지역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매각 추진을 놓고 계산된 먹튀라는 지적도 나온다. SK오션플랜트가 특구 조성을 위해 투자한 자금은 5000억 원 상당이다. 그러나 투자금은 모기업이자 시행사인 SK에코플랜트의 매출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매각을 통해 기존 투자금까지 회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미래가 없는 기업이면 몰라도 SK오션플랜트는 꾸준히 수주 물량이 느는 등 부실 경영 상황도 아닌데 정리하려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지역 여론도 심상찮다. 고성에서는 각계가 참여하는 ‘SK오션플랜트 매각 결사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가 꾸려져 매각 전면 중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K오션플랜트 사업장이 있는 고성 동해면 주민들도 ‘SK 매각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 지난달 28일 반대 집회를 열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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