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코인 거래소 잡고 보니 '마약 자금 세탁소'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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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판매·구매자 거래 중개 역할
마약사범이 거래소에 입금하면
가상자산 세탁 후 마약상에 전달
수수료 16~20% 떼고 자금 세탁
경남경찰, 마약 추적 중 기획수사 전환

마약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래 과정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며 범죄 자금 추적을 어렵게 한 일당이 SNS에 홍보한 글. 경남경찰청 제공 마약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래 과정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며 범죄 자금 추적을 어렵게 한 일당이 SNS에 홍보한 글. 경남경찰청 제공

불법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며 마약상과 구매자를 중개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 붙잡혔다.

경남경찰청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방조 등 혐의로 10명을 검거해 이 중 20대 A 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2023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불법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마약류 거래대금을 중개하며 4억 4000여만 원 상당의 범죄 수익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마약 구매자가 이들 일당의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가상자산으로 자금을 세탁해 마약상에게 이를 전달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 거래소는 16~20%의 수수료를 챙겼다.

거래소와 마약상은 SNS를 통해 관계를 텄고, 판매자와 중개자, 구매자 모두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서 범행이 이뤄졌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마약 범죄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경남경찰청은 기존 마약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자금 흐름 과정에서 특정 가상자산 거래소가 엮이는 점에 착안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마약 사범을 잡아들여도 자금세탁 담당자는 수사 참고인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더라도 ‘마약 대금인지 몰랐다’라는 식으로 발뺌하기 일쑤였다. 마약 범죄에 연루는 돼 있으나 마약 자체를 소지·투약하지 않아 특정금융정보법(미신고) 위반 정도로만 처벌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 일당이 단속 이후에도 계좌와 거래소 이름만 변경한 채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걸었다.

경찰은 이처럼 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 범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지난 9월 경남청을 포함한 전국 5개 경찰청에 ‘가상자산 전담 수사팀’을 신설해 운영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 범죄에 대한 수사·치료·재활이 연계되는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마약이 우리 국민의 일상에 침투하는 것을 막고 투약 사범의 사회 복귀를 도모하여 재범을 방지하는 데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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