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첫 도입된 고1, 10명 중 7명 “진로 탐색 도움 안 돼”
종로학원, 고1 470명 온라인 설문조사
과목 선택에 ‘대입 유불리’ 가장 영향
교육당국, 제도 개선 논의에 속도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고교교육 발전자문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고교학점제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고교학점제가 처음 도입된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학부모 10명 중 7명이 제도에 부정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생 개개인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한다는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대학 입시에 유리한 과목에 쏠리면서 선택권이 제한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현장의 불만이 커지자 교육당국도 제도 보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입시전문업체 종로학원이 지난달 21일부터 사흘간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교학점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75.5%가 ‘안 좋다’고 답했다. ‘보통’은 20.2%, ‘좋다’는 4.3%에 그쳤다.
고교학점제는 공통과목을 제외하고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선택과목을 이수하는 방식이다. 올해 고1 학생부터 전국 단위로 전면 시행됐다.
하지만 제도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진로·적성 탐색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76.6%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진로 탐색보다는 대입 유불리에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과목 선택에 가장 영향을 미친 요소를 묻는 질문에 ‘대입 유불리’가 68.1%로 가장 응답률이 많았다. ‘진로·적성’은 27.7%에 불과했다.
과목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많았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과목 선택권이 충분히 주어졌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7.0%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점제와 관련한 정보나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도 77.7%에 달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현재 고1은 내신이 유리한 학생은 고교학점제 선택과목에 집중하고, 불리한 학생은 수능에 몰두하는 등 학업 방향이 양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교학점제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자 교육당국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련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계획(안)’을 심의·의결하고 내년 2월까지 개정 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교육부도 현장 의견 수렴에 나섰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고교교육 발전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현장 의견을 적극 경청하고 고교학점제가 안정적으로 안착되도록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교교육 발전자문위원회는 학생·학부모·교사·전문가 등 약 20명으로 구성돼 고교학점제 운영 현안을 점검하고 정책 개선 방향을 논의한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