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100선 회복했지만, 짙어지는 '빚투’ 그림자
11일 코스피 지수 4106.39 기록
삼성·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견인
5대 은행 가계신용대출 ‘역대급’
개인 투자자 리스크 관리 불안감
11일 코스피 지수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코스피가 반도체 ‘초호황’(슈퍼 싸이클) 기대감에 힘입어 4100선을 되찾았다. 국내 증시가 이례적인 ‘불장’을 보이자, 개미들은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다. 시장에선 행복한 비명이 아우성으로 뒤바뀔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0.81% 상승한 4106.39를 기록했다. 투자자별로는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240억 원, 777억 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2831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준 종목별로는 현대차(-0.55%), 두산에너빌리티(-1.76%), 한화에어로스페이스(-1.76%), HD현대중공업(-0.74%) 등 4개 종목이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보합세에 머물렀다. 이외 모든 종목이 상승했다.
특히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2900원(2.88%) 치솟은 10만 3500원으로 두드러진 상승폭을 보였다. 이어 삼성전자우가 전장 대비 1800원(2.33%) 뛴 7만 89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1만 3000원(2.15%) 오른 61만 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사천피’ 등 연일 상승세를 보이자,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열기도 끓어오르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일 기준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5조 9137억 원으로 집계됐다. 10월 말(104조 7330억 원)과 비교해 1조 1807억 원 늘어나 불과 일주일 만에 10월 한 달 증가 폭(9251억 원)을 웃돌았다. 약 4년 4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은행권 신용대출을 비롯해 대표적인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 2165억 원이다. 지난 5일에 2021년 9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사흘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의 투자 방식이 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7조 2638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7조 4433억 원을 순매수했다.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의 물량을 개인 투자자가 그대로 받아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되면 신용융자 반대매매와 맞물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위원은 최근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증가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신용융자는 자본재와 반도체 업종에 집중돼 있어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에 따른 해당 업종 가격 하락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며 “두 업종이 코스피 시총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지수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