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삼키는 '말차', 식음료 시장 휩쓴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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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건강에 좋고 미백·보습 효과
젊은 층 중심 세계적 인기 열풍
2030년엔 10조 시장 규모 전망
붕어빵·국수 등 관련 제품도 급증
수요 늘며 가격 상승 불안감도

스타벅스의 말차 글레이즈드 티 라떼.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스타벅스의 말차 글레이즈드 티 라떼.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세계적인 ‘말차’ 열풍이 식을 줄 모른 채 여전히 뜨겁다. 1년에도 수차례 유행이 바뀌는 유통가에서 ‘힙’한 상품인 말차는 반짝 인기를 넘어 ‘스테디셀러’ 국면으로 접어드는 추세다.

말차는 햇빛을 가려 재배한 찻잎을 증기로 쪄서 말린 후 곱게 갈아 물이나 우유에 타 마시는 가루 차다. 햇빛 아래 키운 찻잎을 우려 마시는 녹차에 비해 짙은 녹색을 띠며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낸다는 특징이 있다. 말차 특유의 색감과 맛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며 식음료를 넘어 패션, 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말차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말차에 빠진 세계, 5년 후 10조 시장

과거 일본 여행자를 중심으로 소개된 말차는 최근 미국과 유럽, 중동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미국은 4억 7870만 달러로 글로벌 시장의 22.5%를 차지하는 주요 말차 시장으로 떠올랐다.

11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말차 시장 규모는 2023년 43억 달러(약 6조 2000억 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47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매년 연평균 8.3% 성장해 2030년엔 74억 달러(약 10조 8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는 치솟는 말차 인기 비결로 건강을 중요시하는 ‘웰니스’ 트렌드를 꼽는다. 말차는 심장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는 항산화 성분, 신진대사 촉진과 체중 감량 효과도 있다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미백과 보습 효과로 뷰티 제품에도 말차 성분이 각광받는다.

업계에서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블랙핑크 제니가 말차를 즐겨 마신다고 공개하는 등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말차 선호 역시 젊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끈 비결로 분석한다. 실제 지난 9월 출시한 스타벅스의 가을 프로모션 음료 ‘말차 글레이즈드 티 라떼’(말글라)의 인기 역시 Z세대인 20대가 주도하고 있다. 연령대별 판매 비중은 20대가 35%로 가장 높고 30대가 32%로 MZ세대의 말차 선호를 입증했다.

말글라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26일까지 190만 잔 판매를 기록하며 해당 기간 전체 음료 판매 4위를 기록했다. 스타벅스는 이 같은 인기에 당초 1개월가량 한정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이달 27일까지 판매 기간을 연장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말글라는 제주산 100% 유기농 말차를 사용한다. Z세대의 인기에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CJ제일제당이 출시한 비비고 말차 붕어빵.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이 출시한 비비고 말차 붕어빵. CJ제일제당 제공

■붕어빵·국수·하이볼까지 무한 진화

최근 커피 브랜드를 비롯한 식품업계에는 말차 관련 제품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9종의 말차 음료를 보유한 스타벅스는 최근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로 ‘코코 말차’를 추가했다. 여기에 폴 바셋, 투썸플레이스 등 국내 주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도 말차 메뉴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오리온 등 주요 제과 3사도 말차 디저트 신제품만 16개에 이른다. 특히 롯데웰푸드는 지난 5월 출시해 200만 개 판매를 기록한 한정판 ‘빈츠 프리미어 말차’를 상시 판매 제품으로 전환했다.

음료와 빙수,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 뿐만 아니라 붕어빵, 국수, 하이볼까지 말차 활용 메뉴는 무한 진화하고 있다.

지난달 CJ제일제당은 유기농 말차 브랜드 슈퍼말차와 협업해 ‘비비고 말차 붕어빵’을 출시했다. 이달 중 호떡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말차 열풍에 합류한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차 브랜드 ‘오설록’은 제주 티뮤지엄에 ‘말차 누들바’를 열었다.

세븐일레븐의 말차 하이볼. 세븐일레븐 제공 세븐일레븐의 말차 하이볼. 세븐일레븐 제공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말차 하이볼’을 출시하며 주류로 말차 영역을 넓혔다. 지난달 출시한 말차 하이볼은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 20만 캔을 돌파했다.

한편 전 세계적인 말차 수요 급증으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불안 요소다. 말차 주요 산지인 일본의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과 기후변화로 줄어드는 생산량은 말차 제품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의 변화가 경남 하동과 전남 보성 등 국내 주요 생산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고품질 녹차 재배와 가공 기술을 확보하면 일본산을 대체하는 글로벌 말차 공급망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미 미국 시장에서 국산 녹차로 만든 제품이 다수 판매되고 있어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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