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방문 K문화 체험을 나눔으로 기억하고 싶어요”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부국장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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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우갤러리·코렘에듀 재능기부
서구 동대신동 주차장서 홍콩 청소년 40명
희망 나눔 벽화 그리기 자원봉사
또우 작가 “주민에 작은 위로되길”









12일 오전, 부산 서구 동대신3동 공영주차장 한켠이 이른 시간부터 분주했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 앞에 모인 사람들은 팔레트와 붓을 들고 분주히 움직였다. 곳곳에서 익숙한 듯 낯선 언어가 오가고, 웃음이 번졌다.

“이건 희망의 노랑이야.”

짙은 물감을 덜어내던 한 화가의 손끝에서 따스한 기운이 번져 나왔다. 무채색의 벽면은 서서히 생기를 띠며, 도시의 회색 틈새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새기기 시작했다.

이날 현장은 또우갤러리(관장 김금라)와 (주)코렘에듀(대표 전안나)가 주최한 ‘희망 벽화 그리기 자원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특별했다. 홍콩에서 한국의 K-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방한한 40명의 청소년이 직접 붓을 들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이다.

오전 햇살 아래, 청소년들은 낯선 거리의 벽면 앞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색을 입혔다. 일부는 조심스레 밑그림을 따라가고, 다른 이들은 팔레트 위의 색을 섞으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한국에서 단순히 관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한 참가 청소년이 서툰 한국어로 건넨 말에는 작은 떨림과 진심이 묻어 있었다.

“예술은 언어가 아니라 마음으로 통하는 행위입니다. 이 벽화가 지역 주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또우 작가는 붓을 든 청소년들 곁을 돌며 세심하게 색의 조화를 지도했다. 그의 말대로 현장은 언어를 초월한 교감의 공간이었다.

또우 작가가 부산 서구를 행사 장소로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카페 베이커리 EL16.52의 강재은 대표와의 인연 덕분이었다. 강 대표는 어려운 예술인들을 위해 EL16.52 지하 1층에 상설 전시공간을 마련해 ‘예술이 사람을 치유하고 지역을 변화시킨다’는 믿음으로 꾸준히 문화예술을 지원해 왔다.

그 따뜻한 마음이 또우갤러리와 또우 작가에게 전해졌고, ‘예술로 보답하자’는 뜻에서 이번 벽화 봉사가 기획됐다. 결국,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이 또 다른 선한 행동을 낳은 셈이다.

이 소식은 지역사회에도 잔잔한 울림을 일으켰다.

부산의 관광 명소인 송도해상케이블카의 전문환 대표((주)대원플러스건설)는 “좋은 뜻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부산의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며 케이블카 탑승권을 전원 후원했다.

청소년들은 벽화 작업을 마친 뒤 송도 앞바다 위를 건너며, 자신들이 만든 ‘희망의 색’을 하늘과 바다에 이어보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또 EL16.52 강정수 회장 역시 저녁 만찬을 후원해, 참가자와 관계자 모두가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는 자원봉사자, 지역 주민, 관계자들이 함께 어울려 ‘작은 축제’ 같은 분위기를 이뤘다.

오후 늦게 벽화의 마지막 붓질이 끝나자,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완성된 벽화에는 ‘희망(Hope)’, ‘사랑(Love)’, ‘연결(Connection)’이라는 단어가 한글과 영어로 나란히 새겨졌다.

색채는 노랑과 하늘색, 그리고 따뜻한 분홍이 어우러져 있었다. 지나가던 한 주민은 벽화를 바라보며 “이제 이 주차장에 올 때마다 기분이 밝아질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벽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언어를 초월한 교감의 기록이자, 도시 속에 남은 선한 흔적이었다. 하루의 봉사가 끝나갈 즈음, 홍콩 청소년들과 한국 자원봉사자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벽화를 완성한 뒤 또우 작가는 조용히 말했다.

“예술이란 결국 마음을 나누는 행위입니다. 이 벽화가 지역의 취약계층과 주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그의 말처럼, 이날의 풍경은 단순한 미술 체험을 넘어, 예술과 나눔, 문화 교류가 어우러진 하루로 기록됐다.

회색 벽에 피어난 색은 하루 만에 그려졌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의 온기는 오래도록 지역의 공기 속에 머물 것이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부국장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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