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팩트시트 합의에 車·조선업계 ‘안도’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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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의 가장 큰 영향권에 있었던 자동차와 조선·반도체업계는 14일 양국 간 합의의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최종 확정되고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가 서명된 것과 관련해 큰 안도감을 드러냈다.

14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정부는 한미 정상이 지난달 29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무역 합의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양측이 공개한 공동 설명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자동차부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그룹이자 글로벌 3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그룹은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관세 타결,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투자펀드 MOU 체결까지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준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나가겠다” 덧붙였다.

앞서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회장도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된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정부분들이 너무 잘하셔서 제가 큰 빚을 졌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자동차 업계는 기존에 없었던 관세(15%)가 부과된 만큼 이에 대한 충격 완화가 숙제로 남았다는 입장이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업계를 대상으로 누렸던 한국산 수출차의 상대적 우위(2.5%)가 사라진 만큼 미국 시장에서 향후 일본 브랜드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생산체계가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차그룹, 한국GM 등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쟁국인 유럽, 일본과 출발선이 같아졌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관세협상 타결의 ‘키’가 됐던 조선업계는 공동 설명자료에서 다시 한번 한미 조선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을 크게 반기며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했다. 한화필리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의 모그룹인 한화그룹도 “협상 과정에서 헌신한 정부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한화는 정부의 안보 정책 기조와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국가적인 방향에 맞추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에 대한 추가 투자와 한미 조선 협력의 적극적 지원도 약속했다. 한화그룹은 “한미 양국의 동맹 및 안보 강화를 위한 결정에 따라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투자 및 확장은 물론 지역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며 “또 거제조선소의 기술과 역량을 미국 필리조선소 등 현지에도 접목해 최고의 한미 안보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HD한국조선해양을 보유한 HD현대는 “협상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팩트시트 확정으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HD현대는 글로벌 1위 조선사로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으로 향후 돌발 상황에서도 경쟁국들과 비교해 최소한의 보호막은 마련했다며 안도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관세 유예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와 한국 메모리의 안정적 수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메모리에 관세를 과하게 부과한다면 역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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