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엡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 가결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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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기극” 트럼프 선회
양원 사실상 '만장일치' 통과
정재계 새 뇌관 관측 지배적

아델리타 그리잘바 미국 하원의원이 18일(현지 시간) 워싱턴DC 하원의회 앞에서 엡스타인 파일 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델리타 그리잘바 미국 하원의원이 18일(현지 시간) 워싱턴DC 하원의회 앞에서 엡스타인 파일 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 의회가 18일(현지 시간) 법무부에 성범죄자 고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자료(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사실상 양원 만장일치 수준으로 통과시켰다. 향후 공개될 파일의 내용이 미국 정·재계와 연예계 등에 어떤 파문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하원(정원 435명)은 이날 본회의에서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안’을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클레이 히긴스(공화) 의원이 유일한 반대표를 던졌다.

해당 법안은 민주당 로 카나 의원과 트럼프 대통령의 ‘당내 견제세력’인 공화당 토머스 매시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지 몇 시간 후 상원(정원 100명)도 같은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공언해온 대로,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서명하면 법안은 발효되고, 법무부는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한다. 이번 법안은 미 법무장관으로 하여금 엡스타인과 공모자 길레인 맥스웰과 관련된 ‘모든 기밀 기록, 문서, 통신 및 수사 자료’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한동안 엡스타인 문건 공개 요구를 “민주당의 사기극”이라고 일축하며 법안 표결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던지라고 촉구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뉴욕 월가의 잘나가던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사교계 거물이었던 제프리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던 중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그에게 성 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 리스트가 존재한다거나, 그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등 음모론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계속 증폭됐다.

특히 엡스타인은 생전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을 쌓았고, 트럼프 대통령과도 가깝게 교류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엡스타인과 교류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인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최근 왕자 칭호를 박탈당한 영국의 앤드루 전 왕자, 영화감독 우디 앨런 등이 있다.

이번에 공개가 결정된 ‘엡스타인 파일’은 지금까지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또는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방대한 분량의 문서와 영상·전자기록 등을 총칭한다. 파일 공개는 단순히 엡스타인의 범죄 사실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와 긴밀히 얽힌 미국 정·재계·문화계는 물론 해외 글로벌 엘리트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규명하고, 엡스타인이 여러 중범죄 의혹에도 오랜 시간 어떻게 법망을 피해 가며 거액의 자산을 유지해왔는지를 파악할 단초가 될 전망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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