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선도하는 ‘100년 조합’ 향한 항해 계속”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부국장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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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홍태 굴수하식수협 조합장
내년 바다에 터전을 일군 지 60년
“양식 산업 첨단화 없이 수산업 미래 없어”
과학 경영·친환경 기술·스마트 양식 추진



“대한민국 수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100년 조합’을 향한 담대한 항해를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대한민국 굴 양식 1세대로, 업계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굴수하식수협 지홍태(77) 조합장. 내년이면 바다에 터전을 일군 지 꼬박 60년이 되는 그에게 굴은 삶의 전부나 다름없다. 그만큼 굴 산업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르다. 지 조합장은 “굴이 없었다면 통영도 지금의 통영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굴 산업이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박신장과 유통, 가공까지 합치면 직간접 종사자만 최소 1만 명 이상입니다. 수협 위판고도 연간 1000억 원이 넘죠. 통영에서는 ‘세 집 건너 한 집’이 굴 산업에 종사한다고 할 만큼 영향이 막대합니다. 지역을 살리는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은 담담했지만, 그가 지나온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굴은 기호식품 특성상 해마다 작황, 경기, 소비 심리가 조금만 흔들려도 수요가 출렁인다. 게다가 대부분 생식으로 소비되기에 위생·안전 이슈가 불거지면 시장 전체가 얼어붙는다. 지 조합장은 이런 굴 산업의 민낯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그는 “위기 때일수록 리더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였다. 2019년 조합장 취임 이후 굴 산업은 유례없는 악재를 연거푸 맞았다. 기후변화로 인한 떼죽음 사태, 코로나19 팬데믹,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등 굴 산업의 뿌리를 흔드는 사건들이 잇달아 터졌다. 업계 전반이 움츠러들고 생산 현장은 혼란에 빠졌지만, 지 조합장은 오히려 이 시기를 ‘전환점’으로 삼았다.

그는 “이대로 가다간 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선택과 집중, 과감한 투자라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력한 건 홍보·마케팅 혁신이었다.

“명품도 모든 소비자가 알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굴이라는 식품이 가진 매력, 영양 가치, 다양한 활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단순히 ‘굴을 사달라’가 아니라, 굴이 주는 즐거움을 소비자에게 체험시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해양수산부, 경남도, 통영시, 수협중앙회 등 관계 기관도 발 벗고 도왔다. 소비 촉진 캠페인, 판촉 행사, 미디어 홍보 등을 적극 지원하며 업계 전체 분위기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탰다. 전략은 빠르게 빛을 발했다. “과연 팔릴까?” 걱정했던 굴은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고, 판매고는 연일 기록 경신을 이어갔다. 2020~2023년 4년 연속 위탁 판매고 1000억 원 돌파라는 성과가 탄생한 것이다. 비록 지난해 982억 원으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극심한 생산난 속에서 1000억 원에 육박한 실적을 유지했다는 점은 시장이 회복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방증이었다.

지 조합장은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다. 그때마다 조합 직원, 생산 어민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줘서 가능한 일이었다”며 “어떤 위기도 함께라면 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100년 조합’을 위한 토대 구축이다. 지 조합장은 지금이야 젊은 세대 창업·승계가 비교적 활발한 편이라고 하지만,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더욱 체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내다본다.

“이미 2세대를 넘어 3세대가 가업을 잇는 어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면 안 됩니다. 생산, 유통, 가공, 수출까지 산업 전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육성 전략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건 과학 경영·친환경 기술·스마트 양식이다. 기후변화가 장기화하고 생산 환경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기술 혁신 없이는 다음 세대가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 조합장은 “양식 산업의 첨단화 없이 수산업의 미래는 없다”며 “스마트 양식, 자동화 설비, 생태 기반 관리 기법을 적극 도입해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2021년 발족한 (사)한국굴수하식연합회도 이러한 미래 전략의 일환이다. 임의 자조금에서 시작해 지난해 의무 자조금으로 전환되며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게 된 연합회는, 산업 전반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굴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생산 어민을 중심으로 종자·유통·가공·도매 등 전 업종이 참여하는 구조는 굴 산업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지 조합장은 연합회장까지 맡으며 조직의 기틀을 다지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과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의무화 전환을 3년이 아니라 2년 만에 앞당길 수 있었다”며 “국가와 지자체, 업계가 함께 도와준 만큼 더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현재 △체계적인 소비촉진 홍보 △공동 출하 조절 △유통 구조 개선 △품질 표준화와 규격화 △산업 경쟁력 향상 연구 △새로운 먹거리·가공품 개발 양식 기술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굴 산업의 전 영역을 관리·지원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 조합장은 “자조금 사업을 통해 굴 산업의 기반을 탄탄히 쌓고,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꼼꼼히 뒷받침하겠다”며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산업을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부국장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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