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K-스테이블코인…금융위 “한은 권한 확대 과도”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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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한은 긴급조치명령 요청권 등 반대
가상자산 2단계 법 제출 지연·연내 불투명

서울 종로구 소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내부 현판. 금융위원회 제공 서울 종로구 소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내부 현판. 금융위원회 제공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두고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줄다리기가 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감독과 관련해 긴급조치명령 요청권 등 한은과 기획재정부의 향후 비대해질 권한을 반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율이 난항을 겪자, 연내 정부의 가상자산 2단계 법 입법도 불투명한 상태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무 정무위원회 법안 제1소위원회 안건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담긴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제외됐다. 금융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감독과 관련한 한은과 기재부에 긴급 조치명령 요청권 등을 부여하는 방안을 반대해서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서는 한은에 자료 제출 요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김은혜 의원안에는 한은의 검사 요구권, 안도걸 의원안에는 한은의 공동 검사 참여 요구권과 한은·기획재정부의 긴급조치명령 요청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한은과 기재부의 금융위에 대한 긴급조치명령 또는 거래지원 종료·중단 명령 행사 요청 권한은 관련 입법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한은 부총재와 기재부 차관은 금융위의 당연직 위원으로 금융위 논의와 의결에 참여해 동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 별도로 인정할 실익이 적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은의 (공동)검사 요청 권한을 발행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통화신용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일부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에까지 인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산하에 한은·기재부 등 관계기관 합의를 위한 별도 협의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에도 반대했다. 금융위는 “합의제 행정기구로서 독립성이 보장되고 고유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한 금융위에 별도 협의기구에서 협의한 사항을 반영하도록 하는 점은 설립 목적과 고유 권한 등이 상충할 소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위는 연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 제출 의지를 보였지만, 한은과 발행 주체·감독 권한 등 이견 탓에 정부안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스테이블코인의 정의와 관련해서도 단일 통화 가치와 연동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은혜 의원안은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 외 자산에 연동되는 것을 허용하는 반면, 안도걸·김현정 의원안은 법정화폐 외 자산에 연동되거나 여러 화폐·자산 가치에 연동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금융위는 “자산 준거 스테이블코인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며 “유럽연합(EU)의 ‘전자화폐토큰’과 유사하게 단일 통화의 가치와 연동되는 것으로 정의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U의 가상자산시장(MiCA)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복수의 법정화폐나 가상자산 등에 연동되는 자산준거토큰과 하나의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는 전자화폐토큰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금융위는 발행인의 상환 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때 예금보험공사가 일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금융위는 “주요국에서 발행인에 예금보험제도의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 근거를 마련한 입법례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지급수단이라는 스테이블코인의 특성과 비슷한 사안의 논의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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