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두나무 편입… 20조대 ‘핀테크 공룡’ 초읽기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양사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 공식 발표
두나무 1주에 네이버 2.5주 비율
두나무가 운영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왼쪽)와 네이버 판교 그린팩토리 전경. 각 사 제공
국내 대표 포털 기업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자회사로 품게 됐다. 간편 결제 시장 1위 네이버파이낸셜과 세계 4위 수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이번 합병은 20조 원 규모의 ‘핀테크 공룡’ 기업 탄생에 초읽기로 평가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 발표했다. 양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거래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의 완전 모회사, 두나무는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1주당 교환가액은 두나무 43만 9252원, 네이버파이낸셜 17만 2780원으로 산정됐다. 교환 비율은 1 대 2.5422618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주식 교환을 위해 총 8755만 9198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규모는 약 15조 원 수준이다. 교환 대상에는 의결권 있는 보통주와 우선주가 모두 포함되고,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 목적 자기주식은 제외된다.
RSU는 임직원들에게 성과 보상을 현금 대신 양도 제한 조건을 붙인 주식으로 하는 제도다. 주식을 주기로 사전에 약정한 뒤 임직원이 기간과 성과 조건을 만족할 시 자사주를 나눠준다. 임직원, 회사,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우수 인재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번 거래는 다수의 규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증권신고서 제출 △금감원 심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신용정보법상 대주주 변경 승인 등 정부의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 승인 결과에 따라 일정 조정 가능성도 있다. 주주총회 승인도 필수 절차로, 교환 완료 목표일은 내년 6월 30일이다.
시장에서는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기업의 결합을 통한 세계적 디지털 금융 플랫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두나무 지분 약 30%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은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이는 두나무가 독자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경우, 기대할 수 있었던 수익 규모보다 크게 낮아졌다기 때문이다. 두나무 소액주주 사이에는 주식교환 비율에 대한 반대 여론도 확산 중이다.
관건은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주주총회 통과가 향후 최대 변수로 떠오른 만큼,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어떤 설득 카드와 보완책을 내놓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꼽히고 있다. 네이버 측은 “이번 주식 교환을 통해 완전 모회사가 되는 네이버파이낸셜과 완전 자회사가 되는 두나무는 각자 현재의 기존 사업을 지속 영위하면서 경영 효율성 증대와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이라며 “이후 양사 간의 기능적·유기적 협력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구조재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네이버와 두나무는 27일 네이버 제2 사옥 ‘1784’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로드맵과 사업 전략 방향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