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덕에 산 건물로 ‘전세사기’ 재판… 항소심도 ‘무죄’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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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1심에 이어 2심도 ‘무죄’ 선고
9억 원대 임대차 보증금 안 돌려준 혐의
법원 “감정평가액 보증금 합계보다 높아”
보증금 미반환에 고의는 없었다고 판단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를 비롯한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지나해 11월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사기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를 비롯한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지나해 11월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사기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로또 1등’ 당첨금으로 빌라를 샀다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원심에 이어 항소심 법원도 무죄를 선고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3-3부(이소민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 씨 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어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A 씨는 2021년 8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3명과 임대차 계약을 맺거나 연장하는 대가로 보증금 총 9억 1500만 원을 받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생활비, 신용카드 대금, 차량 리스 대금 등으로 보증금을 사용하면서 ‘돌려막기’ 식으로 임대 사업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A 씨가 소유한 부산 연제구 빌라 보증금은 세대당 5000만~1억 원으로 3명은 전세 계약을 새로 체결했고, 10명은 계약을 갱신했다.

앞서 검찰은 A 씨가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며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항소를 제기했다. A 씨가 2020년 9월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다른 세대들 전세 계약 여부와 임대차 보증금 액수 등을 다른 피해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사례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계약 당시 임대차 보증금 담보 여력은 임차인들이 판단했다”며 “등기부등본 등 정보가 왜곡되거나 잘못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빌라는 ‘다세대 주택’이라 서로 간의 권리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며 “다른 세대 전세 여부와 액수를 고지하지 않은 게 피해자들을 기망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A 씨가 퇴직 이후 카드론이나 대출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연체 없이 변제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연체가 발생한 대출은 2023년 3월 말 이후 받은 대출이라 변제 능력을 상실한 건 그 이후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 2명은 A 씨가 2023년 4월 파산 신청 이후 묵시적 갱신에 따라 보증금 반환 기한이 연장됐다”면서도 “2023년 7월 기준 감정 평가액은 빌라 근저당권 피담보 채무액과 15세대 임대차 보증금 합계액을 웃돈다”며 고의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A 씨는 2013년 7월 로또 1등 당첨금 약 15억 4025만 원을 받았고, 그해 8월 12억 4000만 원에 연제구 빌라를 샀다. 그는 이후 사기를 당해 11억 원 상당 손해를 입었고, 2022년 9월 빌라를 17억 원에 내놓았으나 매각에 실패했다.

1심 재판부는 “빌라를 살 당시 상당한 여유 자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거액을 다른 사업에 투자하거나 ‘갭투자’로 부동산을 매수한 사실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A 씨 빌라는 2023년 7월 기준 감정평가액이 16억 5400만 원으로 올랐다”며 “빌라 15세대 보증금 합계인 약 14억 9907만 원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빌라를 매각할 경우 10세대는 보증금 전액에 대한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며 “나머지 5세대도 보증금 약 9.9%~20.8%만 우선변제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반환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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