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에도 제값 못받는 남해안 굴…일본 덕 좀 볼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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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 탓 평년의 10% 이상 ↓
정부 수산대전으로 마지노선 사수
부진 장기화 우려, 대일 수출 주목
일본 최대 산지 고수온에 초토화

내년 2월 전후 가공품 수요 증가
업계 “한국산 굴 몸값 높아질 것”
내년 2월 이후 반사이익 기대감

싱그러운 바다 향을 머금은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국내 최대 생굴 생산자 단체인 굴수하식수협은 지난 10월 23일 ‘2025년 생굴 초매식 및 풍어제’를 열었다. 초매식은 위판장 개장을 알리는 첫 경매 행사다. 이날 10kg들이 알굴 5800여 상자가 매물로 나와 8~9만 원 선에 낙찰됐다. 김민진 기자 싱그러운 바다 향을 머금은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국내 최대 생굴 생산자 단체인 굴수하식수협은 지난 10월 23일 ‘2025년 생굴 초매식 및 풍어제’를 열었다. 초매식은 위판장 개장을 알리는 첫 경매 행사다. 이날 10kg들이 알굴 5800여 상자가 매물로 나와 8~9만 원 선에 낙찰됐다. 김민진 기자

제철 맞은 경남 남해안 굴 양식업계가 울상이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김장철이 시작됐지만 내수 침체로 수요나 가격 모두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러다 ‘풍작의 역설’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 업계 시선이 수출 시장 큰손인 일본을 향하고 있다. 일본 최대 양식 굴 산지인 세토내해가 고수온에 초토화하면서 한국산 굴이 상당한 반사 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굴수하식수협에 따르면 지난달 10kg 들이 생굴 1상자 거래 가격은 평균 12만 원대에 마감됐다. 13만 원 중반이었던 평년과 비교하면 10~15%가량 하락한 수치다. 소매가격도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 통계를 보면 지난달 굴 1㎏ 소매 가격은 2만 3179원으로 평년 대비 11.25% 떨어졌다. 노량진수산도매시장 굴 도매가격 역시 ㎏당 9837원으로 평년보다 11% 이상 저렴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경기와 고물가로 인해 소비 시장 전반이 냉골이다. 필수 식자재가 아닌 굴은 그 영향이 더 큰 듯하다. 여기에 갈수록 쪼그라드는 김장 수요도 소비 부진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정부의 ‘수산대전’으로 마지노선은 지키고 있다. 수산대전은 판매가의 20%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사업이다. 수협 관계자는 “보통 이맘때 정부 지원에 자체 할인을 더 해 보통 30% 정도 싸게 푼다. (할인)행사 할 때와 안 할 때 차이가 크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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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맞은 풍작에도 웃지 못하는 국내 양식업계와 달리 일본 양식업계는 유례없는 떼죽음에 신음하고 있다. 현지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일본 굴 생산량의 80%를 책임지는 히로시마·효고·오카야마 등 세토내해 일대 굴 양식장 폐사율이 평년의 두 배 이상인 60~90%까지 치솟았다. 겨우 살아남은 것 중에도 실제 출하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건 10% 남짓에 불과하다는 게 현지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지난여름 기승을 부린 고수온을 주요인으로 지목한다. 히로시마 연안 평균 수온이 평년보다 1.5~2도 높아 고온에도 강하도록 개량된 품종조차 버티지 못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장마가 일찍 끝나 강우량이 줄면서 염분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굴이 ‘탈수 증상’을 겪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로 국내 업계 입장에선 내수 침체를 극복할 기회라는 분석이다. 남해안 굴 최대 수입국이 바로 일본이기 때문이다.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일본에 수출된 국내산 굴은 3972t으로 압도적 1위다. 2위인 미국보다 1000t 이상 많다.

싱그러운 바다 향을 머금은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국내 최대 생굴 생산자 단체인 굴수하식수협은 지난 10월 23일 ‘2025년 생굴 초매식 및 풍어제’를 열었다. 초매식은 위판장 개장을 알리는 첫 경매 행사다. 이날 10kg들이 알굴 5800여 상자가 매물로 나와 8~9만 원 선에 낙찰됐다. 김민진 기자 싱그러운 바다 향을 머금은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국내 최대 생굴 생산자 단체인 굴수하식수협은 지난 10월 23일 ‘2025년 생굴 초매식 및 풍어제’를 열었다. 초매식은 위판장 개장을 알리는 첫 경매 행사다. 이날 10kg들이 알굴 5800여 상자가 매물로 나와 8~9만 원 선에 낙찰됐다. 김민진 기자

일본 현지 공급난 발생 시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건 한국산이 유일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굴을 생산하는 국가다. 물량은 중국이지만 위생과 품질을 엄격하게 따지는 일본에선 FDA 인증 받은 한국산 선호도가 월등하다”면서 “게다가 최근 악화일로인 중일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산이 반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짚었다.

다만, 이런 반사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려며 시간 더 걸릴 전망이다. 생식을 주로 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튀기거나 냉동품으로 보관했다 요리에 곁들이는 것을 선호한다. 때문에 가공품 생산이 시작되는 2월을 전후해 물량 부족이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굴 가공수출업계 관계자는 “(일보 현지에도) 당장 필요한 생굴 물량 정도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공업체들이 앞다퉈 원료 확보에 나설 경우 수요 증가 시점이 연초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제철에 출하해야 제값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물량을 쏟아냈지만, 올해는 일본 수요 기대에 봄까지 기다려 보자며 여유를 갖는 어민들이 많아졌다. 물량 조절과 가격 측면에서 두루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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