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무늬만 지방의대’ 오명 벗을까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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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교육과정 중 1년만 울산에서
졸업후 줄줄이 서울로 인력 유출
지역 비난에 울산서 3년 이론교육
내달 의학과 개관 후 교수도 이동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아산의학관 전경. 울산대학교 제공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아산의학관 전경. 울산대학교 제공

설립 37년 동안 ‘무늬만 지방 의대’라는 비판을 받아 온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이 내년부터 본교 중심의 교육 체제로 전환한다.

그간 교육 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사실상 모든 교육을 진행해 온 변칙적 운영을 접고 울산에서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울산의대가 이달 중 해부학 실습실 등 필수 교육 기반 구축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울산 캠퍼스에서 교육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1988년 개교 이래 줄곧 서울에서 교육해 온 기형적인 운영 구조를 바로잡고, 지역 거점 의대로서 제자리를 찾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울산대 의대는 그동안 6년 교육과정 중 예과 1학년만 울산에서 교양수업을 듣게 하고, 나머지 5년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교육하는 서울 중심의 위탁 형태로 운영해 왔다.

본과 2학년부터 시작하는 임상실습 역시 70% 이상이 서울에 집중됐다.

학교 측은 ‘교육 환경’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지역 의료 불균형을 심화시킨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74년부터 2020년까지 울산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866명 중 울산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고작 74명(8.5%)에 불과했다. 지역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대부분 인력이 유출된 셈이다.

결국 관계 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이전 작업이 본격화됐다.

시민단체의 정상화 요구가 빗발친 데다, 올해 2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의학교육 불인증 유예 1년’ 판정을 내리며 압박 수위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에 울산대 측은 2022년부터 서둘러 ‘울산 본교 중심 교육’ 이행안을 추진해 왔다. 동구 한마음회관을 리모델링해 강의실과 도서관을 갖춘 ‘아산의학관’을 지난 3월 개관했고, 기초의학 교수 30명도 올해 말까지 서울에서 울산으로 적을 옮긴다.

특히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교육 과정에 따라 예과 1학년부터 본과 1학년까지의 모든 이론 수업은 전면 울산에서 이뤄진다.

다만, 임상 실습은 울산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릉아산병원 등 3개 병원에서 병행할 예정이다.

울산대는 교수진의 안정적인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교수 연구실과 추가 연구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울산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졸업생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등 지역 의료 인력난 해소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한 토대도 마련했다.

울산대 관계자는 “임상실습은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사례를 경험하는 게 중요하고,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이번 본교 중심 교육 전환은 전국 최고 수준의 의학 교육 역량을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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