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성역’ 학원비마저 줄였다…사교육비, 코로나 이후 첫 감소
5년만에 첫 감소…고소득 가구는 덜 줄여
교육비 부담 흡수 여력 없는 중·저소득층 타격
가계 경제부담에 ‘미래 위한 투자’까지 직격탄
자녀가 있는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자녀가 있는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가계의 ‘성역’으로 여겨지던 사교육비 마저 지출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 심리가 위축 등으로 학원비가 긴축 대상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미혼 자녀가 있는 부부 가구의 월평균 학생 학원 교육비 지출은 41만 3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줄었다.
자녀가 있는 가구의 학원 교육비가 전년 동기대비로 감소한 것은 2020년 4분기 이후 약 5년 만이다.
사교육비는 2020년 1∼4분기 내내 감소하고 그 이후론 18분기 연속 증가했다.
학생 학원교육비는 초·중·고교생은 물론 영유아, 재수생 등 N수생을 위한 보충·선행학습 비용을 말한다.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미혼자녀 있는 부부 가구의 월평균 학생 학원교육비(단위: 원).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
코로나19 이후 필수 지출인 식료품·비주류음료, 월세·난방비 등 지출은 소폭 증감을 반복했지만 사교육비는 소득이나 소비 여건과 관계없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
최근 소비가 위축되는 경향에 학원비 지출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3분기 미혼 자녀가 있는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68.0%로, 1년 전보다 2.3%포인트(P) 하락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을 뜻한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세금·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이다.
미혼 자녀가 있는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666만 1000원으로 5.3%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453만 2000원으로 1.9% 증가에 그쳤다. 또, 전체 가구의 명목 소비지출이 1.3%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이 0.7%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미혼 자녀 가구의 실질 소비 여력도 다소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비 감소 폭은 소득 구간별로 차이를 보였다.
올해 3분기 월평균 소득 7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의 학생 학원교육비 감소율은 2.9%에 그친 반면, 월 소득 300만∼400만 원 수준인 가구는 21.3%에 달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교육비는 통상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 때문에 쉽게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항목"이라며 "고물가 등으로 가계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사교육 지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고소득층일수록 교육비 부담을 흡수할 여력이 있어 감소 폭이 제한적인 반면, 중·저소득층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소득 격차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의 온도 차가 확인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