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수입물가 ‘껑충’…5년새 커피 280%↑·소고기 60%↑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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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환산 가격, 달러 기준보다 상승폭 커
식료품 86%·농산물 62%·축산물 51%↑
환율 영향 수입 원재료 가격 줄줄이 올라
가공식품·외식물가 압박…물가관리 ‘비상’

고환율 여파로 커피나 소고기, 과일, 밀과 같은 주요 수입 식품의 물가가 줄줄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서울카페쇼에서 한 관람객이 커피 시음 전 원두를 만져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환율 여파로 커피나 소고기, 과일, 밀과 같은 주요 수입 식품의 물가가 줄줄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서울카페쇼에서 한 관람객이 커피 시음 전 원두를 만져보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는 등 고환율 지속 여파로 커피나 소고기, 과일, 밀과 같은 주요 수입 식품의 물가가 줄줄이 치솟고 있다. 고환율에 수입 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들썩이면서 내년 소비자 물가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수입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수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할 때 지난 달 달러 기준으로 307.12이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379.71로 나타났다.

커피 국제 시세가 급등한 탓에 달러 기준 수입 단가도 5년간 3배로 치솟았지만, 환율 영향까지 반영하면 원화 환산 가격은 5년 새 거의 4배로 오른 셈이다.

커피는 최근 몇 년 사이 수입 물가 급등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 품목 중 하나다. 커피는 사실상 100%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제 시세와 환율 변동이 국내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고기 수입 물가는 달러 기준으로 5년간 30% 상승했다. 하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60.6% 올라 상승 폭이 두 배에 이른다. 수입 돼지고기는 같은 기간 달러 기준 5.5% 오르는 사이 원화 기준으로는 30.5% 상승했다. 수입 닭고기는 원화 기준으로 92.8%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수입 먹거리도 타격을 주고 있다. 27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이 미국산 소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수입 먹거리도 타격을 주고 있다. 27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이 미국산 소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5년간 신선 수산물은 수입 물가가 달러 기준으로는 11% 하락했지만 원화로는 10% 상승했다. 냉동 수산물도 이와 비슷하다.

치즈는 원화 기준으로 약 90% 상승했다. 과일은 원화 기준 30.5% 올랐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콩(37.2%), 옥수수(35.3%), 밀(22.1%)도 원화 기준으로 20% 넘게 상승했다.

위스키는 31.5%, 와인은 20% 각각 올랐다. 주스 원액은 120.2%나 뛰었다. 냉동 채소는 82.8%, 견과 가공품은 61.6% 각각 상승했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51.7%)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수입물가지수를 용도별로 보면 5년간 중간재 음식료품이 달러 기준 50.6% 오르는 사이 원화 기준으로는 86.2% 올랐다. 원재료 농림수산품은 달러 기준으로 21.1% 오르는 동안 원화 기준으로는 49.7% 상승했다. 특히 농산물은 원화 기준 62.4% 올랐으며, 축산물은 50.8%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간을 지난 1년으로 좁혀 보면 달러 기준 수입 물가는 하락했지만, 원화로 환산한 수입 물가를 보면 오히려 옥수수, 과일, 커피, 어육, 주스 원액 등의 품목이 상승했다.

커피는 1년 전보다 달러 기준으로는 1% 떨어졌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3.6% 올랐다. 과일 수입 물가는 1년간 달러 기준 2.8% 내렸으나 원화로 환산하면 1.8% 상승했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2021년까지 1100원대를 유지하다 2022년 1200원대 후반으로 급등한 이후 꾸준히 올라 올해 14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4분기(10~12월) 평균 환율은 1450원 수준이다.

수입 물가 상승은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외에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도 끌어올린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설탕이나 밀가루 등의 원료를 많이 수입한다. 국산은 국산대로 기후변화로 가격이 오르는데, 수입산도 환율 영향으로 비싸지면 가공식품까지 식료품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다"며 "식료품은 소비자 필수 품목이라 물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식품산업의 주요 원료에 대한 국산 사용 비중은 2022년 28.9%에 그친다. 특히 옥수수, 소맥(밀), 소맥분(밀가루), 원당, 대두 등은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식품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호소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 종합식품기업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 큰일"이라면서 "원재료나 포장재 등의 수입 비중이 큰데, 원가 상승으로 가뜩이나 낮은 영업이익률이 더 내려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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