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소비 위축 신호…사교육비 줄고 수입물가 뛰고, 소비주축 40대 소비 주춤
가계 ‘성역’ 사교육비, 코로나 이후 첫 감소
고환율 속 5년새 커피 280%·소고기 60%↑
40대 가구 소비지출 증가율 2년여만에 최저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 고환율 악재까지 겹치면서 사교육비가 줄고 수입 물가가 치솟는 등 곳곳에서 소비 위축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 고환율 악재까지 겹치면서 곳곳에서 소비 위축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자녀가 있는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가 하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는 등 고환율 지속 여파로 커피나 소고기, 과일, 밀과 같은 주요 수입 식품 및 재료 가격이 줄줄이 치솟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자 소비의 주축인 40대 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2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닫힌 지갑’ 사교육비 5년 만에 감소
21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미혼 자녀가 있는 부부 가구의 월평균 학생 학원 교육비 지출은 41만 3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줄었다. 자녀가 있는 가구의 학원 교육비가 전년 동기대비로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인 2020년 4분기 이후 약 5년 만이다.
사교육비는 2020년 1∼4분기 내내 감소하고 그 이후론 18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학생 학원교육비는 초·중·고교생은 물론 영유아, 재수생 등 N수생을 위한 보충·선행학습 비용을 말한다.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코로나19 이후 필수 지출인 식료품·비주류음료, 월세·난방비 등 지출은 소폭 증감을 반복했지만 사교육비는 소득이나 소비 여건과 관계없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 심리가 위축 등으로 대한민국 가계의 ‘성역’으로 여겨지던 사교육비 마저 긴축 대상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분기 월평균 소득 7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의 학생 학원교육비 감소율은 2.9%에 그친 반면, 월 소득 300만∼400만 원 수준인 가구는 21.3%에 달했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수입 물가가 크게 들먹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이 미국산 소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서울카페쇼에서 한 관람객이 커피 시음 전 원두를 만져보고 있다. 연합뉴스
■원화환산 식료품·농축산물 급등
고환율에 수입 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들썩이면서 내년 소비자 물가 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수입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수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할 때 지난 달 달러 기준으로 307.12이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379.71로 나타났다.
소고기 수입 물가는 달러 기준으로 5년간 30% 상승했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60.6% 올라 상승 폭이 두 배에 이른다. 수입 돼지고기는 같은 기간 달러 기준 5.5% 오르는 사이 원화 기준으로는 30.5% 상승했다. 수입 닭고기는 원화 기준으로 92.8% 올랐다.
5년간 신선 수산물은 수입 물가가 달러 기준으로는 11% 하락했지만 원화로는 10% 상승했다. 치즈는 원화 기준으로 약 90% 상승했다. 과일은 원화 기준 30.5% 올랐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콩(37.2%), 옥수수(35.3%), 밀(22.1%)도 원화 기준으로 20% 넘게 상승했다. 주스 원액은 120.2%나 뛰었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51.7%)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흔들리는 ‘경제 버팀목’ 40대
인구 급감과 제조업 부진 등 영향으로 고용과 소비의 중심축인 40대 마저 흔들리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1월, 우리나라 40대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9000명 줄어든 615만 4000명으로 집계됐다. 40대 취업자는 2022년 7월(-1000명)부터 41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가운데 40대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1.2%로 1995년(21.2%) 이후 11월 기준 최소 수준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5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비농림어가 기준 가구주가 40대인 가구의 지난 3분기(7~9월) 가구당 소비지출 증가율은 1.4%에 그쳤다. 2023년 2분기(1.0%) 이후 9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