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충남 통합 단체장 뽑자는데 부산·경남 행정 통합은
이 대통령, 통합에 정부 차원 지원 힘 실어
부산·경남, 찬성률 70% 넘어야 추진 탄력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4월 부산시의회에서 활동 현황과 방향에 대한 브리핑을 열었다. 공론위 제공
대전·충남 행정 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지지로 탄력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두 지역 행정 통합 추진안에 힘을 실으며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두 지역 행정 통합에 대한 이 대통령의 공개 지지는 행정 통합을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수단으로 삼겠다는 분명한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대통령의 전향적 발언과 정부 기조에도 불구하고 부산·경남 행정 통합은 주민 인식 격차와 실익에 대한 의문을 넘지 못한 채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런 대비된 흐름은 부산·경남 통합 논의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부산·경남 행정 통합 공론화위원회는 1년 가까이 논의를 이어왔지만, 주민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특히 경남의 중소 지자체를 중심으로 부산 중심의 ‘흡수 통합’과 ‘빨대 효과’에 대한 우려가 강하다. 통합이 왜 필요한지, 통합 명분과 실익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탓이다. 공론화위는 이달 말 부산·경남 지역 주민 4000명을 대상으로 행정 통합 찬반 여론조사를 할 예정이다. 찬성률 70%를 넘겨야 논의에 탄력이 붙는다. 물론 대통령의 행정 통합 지지 발언이 여론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외부 환경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이번 조사 전까지라도 통합 이후의 구체적 청사진을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부산·경남과 달리 대전·충남의 행정 통합 속도는 매우 빠르다. 목표도 분명하다. 통합 특별법 제정, 재정 분권과 자치 권한 특례, 통합 단체장 선출이라는 일정표까지 제시되며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행정 통합을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닌 과밀화 해법과 균형성장, 그리고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실질적 행정 조력을 하겠다며 힘을 실어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 빠른 대전·충남 통합 논의는 부산·경남에 적잖은 자극이 될 가능성은 높다.
행정 통합은 특별법 제정과 이를 근거로 한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대전·충남은 행정 통합에 필요한 특별법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부산·경남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부산·경남도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행정 통합은 지역 소멸을 막고 수도권에 대응할 광역경제권을 만들기 위한 대안이다. 이를 위해 통합 이후 행정 권한 배분, 지역 균형발전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대전·충남은 이미 통합 단체장을 논의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경남이 결단을 미룬다면 또 한 번의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셈이 된다. 다가오는 여론조사는 행정 통합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제발 이번에는 부산·경남이 머뭇거리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