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통일교 특검’ 전격 수용…“여야 예외없이 포함”
“일고의 가치도 없다”던 민주당 “못 받을 것도 없다” 선회
지방선거 6개월 전…민주 지지층 압도적 찬성 영향
엄정 수사 지시했던 이 대통령…대통령실 “국회 판단 존중”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왼쪽 세 번째)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개혁신당이 주장하는 통일 금품수수 의혹 관련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특검 수용에 선 긋던 민주당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 배경에는 지지층마저 압도적 지지한 특검 수용 여론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특검이 열리면 ‘통일교 게이트’ 직격탄은 여야를 가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정치권 최대 변수로 올라설 전망이다.
민주당 정청래 당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특검은 불가하다고 제가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도 “그러나 못 받을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연루자 모두를 포함시켜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도 저는 좋다고 생각한다”며 수용 의사를 발표했다.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힘은 뭔가 착각한 것 같다. 마치 민주당이 뭐라도 있어 특검을 회피하는 줄 알고 앞장서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며 “아마 내심으로는 민주당이 특검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모양”이라고 했다.
이어 “통일교에 대한 특검을 하자. 여야 정치인 누구도 예외 없이 모두 포함해서 특검할 것을 제안한다”며 “지난 대선에서의 통일 통일교가 정치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도 한번 밝혀보자”고 했다.
전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통일교 정치권 금품지원 의혹을 수사할 ‘통일교 특별검사법(특검법)’ 공동 발의에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은 전날까지는 “현재 (통일교)특검에 동의할만한 수준의 명백함이 떨어진다”며 “현 단계에서는 특검을 수용할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절대 수용 불가하고 검토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특검이 불가하다고 못을 박기도 했었다.
그러나 통일교 의혹을 털고 넘어가기를 원하는 지지층의 요구가 커지면서 민주당도 입장을 선회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통일교 특검 의견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2%가 ‘특검 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 중 특검 도입에 찬성한 응답자는 67%로 국민의힘 지지자(60%)보다 높았다. 해당 조사에서는 무당층에서도 특검을 해야 한다는 의견(53%)이 불필요(19%)를 크게 앞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진상규명 의지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여권 정치인들까지 통일교 금품 의혹이 확산하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민주당의 특검 전격 수용에 대해 “국회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권의 특검 공세에도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민주당의 입장 선회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 이후 이뤄졌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층과 적극적 지지층인 3040 세대에서 특검지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데 대해 정부여당의 당혹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특검을 전격 수용하면서 야당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후속 2차 종합특검 등을 거부할 명분은 크게 약해졌다. 정 대표는 이날 ‘통일교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한시가 바쁘다”며 속도전을 시사했다. 특검을 전격 수용하는 한편 야당에 대한 2차 종합특검 압박까지 ‘원스톱’으로 해나가겠다는 모양새다. 이에 개혁신당과 국민의힘이 함께 힘을 싣던 통일교 특검 정국에서 수세에 몰리던 민주당이 도로 주도권을 끌고 가는 구도가 됐다.
기사 본문에서 언급한 여론조사는 지난 16~18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