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관절염 언제 수술할까…“연골 손상·변형 정도, 기능 저하 일치 땐 수술”
영상검사 만으로 판단하면 안 돼
일상생활 기능저하 여부 더 중요
‘버티다 마지막에 수술’ 옳지 않아
늦추면 변형 심해지고 수술 어려워
로봇 도입으로 수술 안정성 향상
정확한 절삭과 정렬로 재활도 빨라
인공관절의 내구성과 로봇수술의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퇴행성 무릎관절염 수술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다는 말은 더이상 맞지 않다. 사진은 정일권 병원장의 로봇수술 모습. 센트럴병원 제공
무릎 관절수술은 언제 하는 것이 최선일까. 걷기 힘들고 약물치료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즈음에 수술을 하면 적당할까. 아니면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버티면서 수술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을까. 통증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무작정 참거나 늦추는 것이 현명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릎 관절수술의 적기는 언제일까.
■영상검사 소견과 기능 저하 함께 고려
60대 전후로 흔해지는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노화뿐만 아니라 좌식 생활, 비만, 과도한 운동, 여성호르몬 변화 등 여러 요인이 겹쳐서 발병한다.
예전에는 가볍게 올라가던 계단이 두려움이 되고, 가벼운 산책이나 장보기도 큰 결심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약이나 주사치료를 통해 일시적인 통증은 참아지지만 관절 손상은 계속 진행된다. 통증 주기가 짧아지고 강도가 높아진다. 이때부터 ‘언제 수술을 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수술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먼저 검사를 시행한다. 영상 검사에서 연골이 거의 사라져 뼈와 뼈가 직접 닿는 골관절염 말기(켈그렌 로렌스 분류 4단계) 소견이 보이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또 다리 축이 5도 이상 휘어져 관절 틀어짐이 진행된 경우도 수술 적응증에 해당한다.
그러나 영상 검사와 수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환자의 일상적인 기능 저하 여부가 더 중요할 수가 있다. 환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예전보다 걷는 거리와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반복되거나 △약이나 주사치료의 효과가 점점 짧아지는지 등을 체크해 보아야 한다. 이같은 환자의 ‘줄어든 일상’이 가장 현실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가 있다. 통증으로 일상생활의 제한이 커지고 심한 관절 손상이 같이 나타나면 더 이상 참기만 할 단계는 지났다고 봐야 한다.
센트럴병원 정일권 병원장은 “영상 검사상 연골손상과 관절 변형이 있더라도 생활에 크게 불편이 없다면 좀 더 지켜봐도 된다. 하지만 영상 소견과 일상 기능 저하가 지금 겪는 통증 양상과 일치할 때는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술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다?
참는 시간이 길어지면 관절 손상은 더 빠르게 진행된다. ‘가만히 두면 언젠가 나아지겠지’ 하고 버티는 동안에도 무릎관절염은 조용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연골이 더 많이 닳고 관절 간격이 좁아지면서 다리 축이 틀어지고, 관절을 지탱하던 근육과 인대도 함께 약해진다.
‘인공관절도 수명이 있으니, 자기 관절을 끝까지 쓰다가 마지막에 수술하는 게 좋다’는 말은 과연 옳을까. 그렇지 않다. 관절이 완전히 망가진 뒤에 수술을 받는 것은 결코 유리하지 않다. 변형이 심해질수록 수술은 더 까다로워지고, 수술 후 보행 회복과 재활에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진다.
정 병원장은 “과거에는 인공관절에도 수명이 있다는 이유로 될 수 있는 한 수술을 늦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최근 인공관절의 내구성과 수술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수술을 늦출수록 좋다는 개념은 더 이상 맞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봇수술로 줄어든 두려움
중장년층이 인공관절수술을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는 ‘혹시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술은 절개 범위가 줄고 통증·출혈 관리가 체계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 거기다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수술이 도입되면서 수술 정확성이 높아지고,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커졌다.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수술 장비는 3차원 영상으로 무릎의 구조와 변형 정도를 미리 정밀하게 파악하고, 계획한 범위 안에서만 뼈를 깎도록 돕는다. 특히 변형이 심한 말기 관절염이나 오랫동안 방치된 경우에도 다리 축을 최대한 곧게 맞추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많이 걸어야 하는 중장년층에게 유리하다.
로봇수술 시스템을 활용하면 개개인의 관절구조 분석을 통해 수술계획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수술 전에 CT로 확보한 영상 데이터로 환자마다 다른 다리 축과 관절면 기울기, 인대 긴장도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 데이터에 맞춰 절삭 범위와 삽입물의 각도, 인대 균형을 조정해 수술 후에 자연스러운 보행 패턴이 나오도록 설계해 준다. 또한 안쪽 바깥쪽 중 어느 부위가 더 많이 닳았는지, 주변 연부조직이 얼마나 긴장돼 있는지에 따라 로봇이 뼈를 깎는 깊이와 방향을 조정해 줌으로써 수술 후 재활 회복 속도도 빨라진다.
모든 환자에게 같은 인공관절수술을 적용할 수는 없다. 관절의 한쪽만 닳은 경우에는 부분치환술이 적합하고, 연골 전체가 손상됐거나 관절 축이 심하게 틀어진 경우에는 전치환술이 필요하다. 걷기 힘든 원인이 무릎이 아닌 고관절에서 비롯된 환자라면 고관절 전치환술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정 병원장은 “로봇수술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환자의 손상 범위, 다리 모양, 활동량, 직업, 보행 습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가장 덜 침습적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로봇수술의 정밀 분석 시스템은 이러한 맞춤 치료를 뒷받침해, 심한 변형이 있는 환자도 안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 후 재활 프로그램도 필수다. 수술 직후에 관절 가동 범위를 회복시키고 근력 강화와 보행 교정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면 환자의 일상 복귀 속도가 한층 빨라진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